하지만 막상 국회의원들은 ‘죄송함’보다는 ‘자랑스러움’이 앞서는 모습이다. 예산안이 통과되자 앞다퉈 “지역예산 000억원 증액!”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구에 플래카드를 걸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어겼으면 우선 사과해야 하는 게 순서일텐데, 도의보다는 표만 좇는 습성을 이번에도 버리지 못하고 지역예산 따낸 것을 내세워 지역민심 사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예산 확정 과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공식 회의를 통해 합의하지 못한 예산안은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예결위 간사로 구성된 ‘소(小)소위’에서 논의됐다. 이 역시 불발됐고 결국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원내대표 간 담판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일반 국민은 알 수가 없다. 소소위 회의부터는 속기록 조차 없어서다.
결과적으로 국회의원들은 원래 정부 예산안에 없던 예산 4300억원을 만들어냈다. 그 유명한 쪽지예산으로 말이다. 얼마나 불요불급한 예산인지 따져봤을지 의문이지만 확인할 방법도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사회과목에서 배우는 내용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밀실에서 만든 짬짜미 예산이 국민 전체를 대표한 국회의원이 만든 것일까? 그들은 동네에 그 플래카드 하나 걸기 위해 예산안 발목을 꼭 붙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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