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부의 최고 수장인 행정장관 선거에서 단독 입후보한 존 리(64·중국명 리쟈차오·李家超) 전 정무부총리가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됐다. 중국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강조한 후 처음으로 경찰 출신의 행정장관이 탄생한 것이다. 홍콩의 중국화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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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중국이 친중 세력, 소위 말하는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행정장관 선거였다. 지난해 9월 새롭게 꾸려진 선거위원회도 친중 진영이 이미 장악한 상태다.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1500명 정원인 선거위원회의 간접 선거로 치러지며, 재적 과반(751표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된다. 앞서 2007년과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서는 민주 진영 후보가 출마하기도 했으나 이번엔 그 누구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아 리 당선인이 단독 입후보했다. 입후보와 동시에 사실상 당선이 결정된 셈이다.
리 당선인은 이날 오전 컨벤션센터에서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선거에서 1416표의 득표를 얻어 과반 이상 득표로 당선이 확정됐다. 이날 투표에는 1428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97.74%를 기록했다. 반대는 8표, 무효표는 4표였다. 리 후보의 득표율은 정원을 기준으로 하면 94.4%, 유효표(1424표)를 기준으로 하면 99.4%다.
리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이날 투표에 참여한 것 자체가 선거를 지지한 것”이라며 모든 선거위원들에 감사를 표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리 후보의 당선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홈페이지를 통해 축하를 전하며 홍콩이 일국양제를 실현했다고 칭송했다. 판공실은 “이번 선거가 홍콩이 혼란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중대 전환 이후 치러진 선거였다”며 “의의와 영향이 매우 크고, 각 방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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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경험이 거의 없는 후보가 처음으로 행정장관에 당선되면서 홍콩은 경제보다는 정치적 안정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을 비롯해 역대 홍콩 행정장관들은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후 오랜 경험의 행정관료 출신이었다.
리 당선인은 1977년부터 경찰 생활을 했으며 2017년 보안장관에 임명돼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중국 정부는 그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6월 그를 홍콩 정부의 2인자인 정무부총리로 임명했다.
중국은 2020년 6월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후 리 전 부총리를 비롯해 기율부대 출신들을 홍콩 정부 요직에 앉혔다. 리 당선인 선출 이후 홍콩이 ‘경찰국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 후보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중국 정부가 제정한 국가보안법 이외 홍콩 정부가 자체적으로 국가보안법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AP 통신은 “경력 대부분을 경찰과 보안국에서 쌓고 국가보안법의 강력한 지지자인 리 후보가 행정장관이 되면 중국 정부의 홍콩 장악이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람 현 행정장관의 임기는 6월 말까지다. 리 당선인은 오는 7월 1일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일이자 중국공산당 창당 101주년 기념일에 제6대 홍콩 행정장관에 취임한다.
람 장관은 “리 전 부총리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오늘 중 중앙정부에 선거 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우리는 새 정부 임기까지 취임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홍콩 시민단체인 사회민주연선(LSD)이 소규모 반대 시위를 펼치기도 했지만 곧 진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