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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실완료 시간인 오전 9시 30분이 다가오자 응시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배치된 경찰들은 시험장 입구를 막고 출입자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몇 분 차이로 지각해 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한 응시자들은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중학교에서 시험볼 예정이었던 유모(19·여)씨는 6분이 지난 오전 9시 36분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그는 정문을 지키고 있는 의경에게 출입을 제지당해 들어가지 못했다. 유씨는 “상실감이 크다. 학원 선생님께 뭐라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서 발길을 돌렸다. 경찰 관계자는 “지각하는 수험생을 보면 들여보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규정상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2017년 1차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을 전국 64개 고사장에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40분까지 진행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1491명 선발에 6만 1091명이 응시해 40.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바늘구멍’과도 같은 순경시험에 붙기 위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준비한 응시생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딸 위해 전남서 올라왔죠” 시험장까지 함께한 가족
시험을 치르는 100분 동안 밖을 지키는 가족들도 있었다. 딸을 응원하기 위해 전남 광흥에서 올라온 정모(51·여)씨는 “아들과 딸 모두 순경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두 명 모두 합격했으면 좋겠지만 늦게 시작한 아들이 먼저 합격하면 오래 공부한 딸의 기가 꺾일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모(55·여)씨는 “내 딸이 잘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 있는 여러 부모님들과 이야기 해보니 더 공부시켜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시험 종료시간인 오전 11시 40분이 되자 응시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휴대전화를 들고 학원 강사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웠던 문제의 답을 묻는가 하면 기다리던 가족과 친구와 만나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응시자들을 마중하러 나온 가족이나 친구들의 차로 시험장 입구 도로는 때아닌 정체를 빚기도 했다.
이번 시험의 난도를 두고 응시자 의견은 엇갈렸다. 송모(19·여)씨는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면서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다시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홍림(24)씨는 “영어시험에 나온 어휘가 평소 모의고사보다 어려웠다”고 했다. 반면 고현우(29)씨는 “오늘 시험이 평이해 느낌이 좋다”고 답했다. 고씨는 기간제 수학교사로 일하다 그만두고 순경시험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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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치솟는 경쟁률…‘체력학원’도 성행
순경 공채 경쟁률은 2013년 15대 1에서 2014년 18대 1, 2015년 24.8대, 2016년 37.6대 1, 2017년 1차 40.9대 1 등 매년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민간기업 취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직업적 안정성이 높은 경찰 공무원에 도전하는 젊은 층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이다.
김동환(26)씨는 “올해는 뽑는 인원이 많이 줄었다. 이미 많이 뽑아서 채용이 많지 않을거란 얘기가 돈다”며 우려했다. 이번까지 세 번의 순경공채 시험을 본 박모(32)씨는 “순경공채 시험 과목이 다른 공무원 과목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병행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경쟁률이 높아졌지만 합격점수만 넘자는 생각으로 시험을 치렀다”고 말했다. 3년째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인 전모(23·여)씨는 “여경을 적게 뽑아 여성 지원자가 힘든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필기시험에 붙으면 신체·체력·적성 검사를 봐야한다. 이날 광진구 자양중학교 시험장 입구에는 경찰공무원 시험 학원 직원들이 “체력시험 준비하세요”라며 물티슈와 펜을 나눠줬다. 체대입시전문학원 강사인 신승연(21)씨는 “경찰 공무원 체력시험과 체대 입시가 비슷해 같이 모집을 한다. 보통 100m 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 펴기 등 경찰 체력시험에 필요한 과목을 가르친다”면서 “주 3회 기준 한 달에 15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딸을 위해 시험장을 찾은 김씨는 “딸이 노량진 체력학원을 다니면서 체대 강사를 개인적으로 초빙해 체력 레슨까지 받았다”고 했다.
영훈고 정문을 통제하던 한 경찰관은 “청년들이 경찰 공무원 시험을 보기 위해 모이는 걸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다”며 “마음 같아선 다 붙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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