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시작부터 우울하다. 4분기 실적발표가 시작되자 증권업계는 표정을 수습하기 바쁘다. 부진한 실적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나쁘다는 평가다. 문제는 앞으로 갈 길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7일 삼성전자(005930)는 2013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59조원, 영업이익이 8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잠정 발표했다. 매출액은 지난 3분기보다 0.14%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무려 18.31% 줄었다.
당초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4분기 스마트폰 수익성 둔화와 일회성 비용 등으로 낮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 평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증권업계의 예상치를 훨씬 하회했다는 것.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9조7089억원대로 예상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코스피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0조365억원으로 지난해 10월 초 33조6289조원보다 10.68% 낮아졌다. 순이익 컨센서스 역시 같은 기간 26조8786억원에서 23조5930억원으로 12.2% 줄어들었다. 그러나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실적이 컨센서스보다 1조2000억원 낮게 나온 상황에서 4분기 어닝 미스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4분기 수출이 지난 3분기 대비 7.1%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증권업계의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하향조정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원래 4분기는 각 상장사들이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증권사가 파악하기 힘든 일시적 비용이 반영되기 때문에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에 32만여 명의 직원에게 8000억원대 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도 실적 추정치를 밑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발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원고엔저가 가속화된 만큼 4분기 자동차 등 수출 기업들의 이익 저하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평이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로 인해 국내 기업이익의 부담이 본격화되는 상황”이라며 “4분기 실적시즌의 어닝 미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는 빅배스(Big Bath·경영진이나 정권 교체시기에 후임자가 부실자산 등을 한 회계연도에 대규모로 반영해 잠재부실이나 이익을 그대로 드러내는 회계기법)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1년간 사전 정리 작업이 진행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KT(030200) 등 공기업 CEO 70%가 교체됐고 민간기업 CEO 역시 상당부분 물갈이됐다.
실제로 과거 정부 교체 1년차였던 2003년 4분기, 2008년 4분기 실적 충격은 예년의 배에 달했다. 이번에도 5년의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빅배스는 단기적으로 불리할 뿐, 과거의 잔재를 처리한다는 측면에서 신뢰성을 제고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2014년 기업 이익 전망치가 깨끗해지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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