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31일자 14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다국적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 시장 침투가 본격화되고 있다. 주로 신약 분야인 오리지널 의약품만으로 영업활동을 했지만 걸출한 신약개발의 어려움으로 국내제약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제네릭 분야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자사가 내놓은 제네릭은 품질이 우수하다며 국내사의 제네릭과 차별점을 부각키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글로벌제약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최근 제네릭 브랜드 '화이자 바이탈스'를 국내에 공식 출범했다. 노바티스는 자회사 산도스를 통해 다수의 제네릭을 발매한 상태다.
화이자의 경우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글로벌 품질 기준을 바탕으로 엄격한 생산관리와 제품 모니터링, 품질보증 시스템이 적용된 '퀄리티 제네릭(Qulity Generic)'을 표방하고 있다.
◇"모든 복제약 동일한 허가기준 통과해야"..품질은 '동등'
그렇다면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제네릭과 국내사의 제네릭 품질은 다를까? 허가를 담당하는 식약청은 "동일하다"는 판단이다.
제네릭을 허가받으려면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효가 동등함을 입증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피험자가 제네릭을 복용했을 때 약물이 몸에 흡수되는 속도와 농도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비교할 때 80~125% 범위안에 들어오면 적합 판정을 받게 된다. 생동성시험을 통해 제네릭의 약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과의 동등성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인 셈이다.
제네릭의 약효는 원료의 검증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제약사가 사용하려는 원료의약품은 식약청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식약청은 원료의약품의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입 원료에 대해서도 현지실사를 진행한다.
식약청의 기준치에 적합한 원료를 사용하고 생동성시험을 통과했더라도 제조시설에 대한 검증절차를 거쳐야만 최종적으로 시판허가가 가능하다. 제약사는 실제로 유통시킬 분량만큼 3개 제조단위를 미리 생산하고 모든 생산제품이 동등함을 입증해야 한다. 이때 식약청의 현지실사를 거쳐 제조시설의 품질관리수준을 점검한다.
물론 모든 허가절차는 국내사와 다국적제약사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제네릭제품도 식약청이 인정하는 국내 임상시험 기관에서 국내 피험자를 대상으로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 수년 전에 외국 제네릭업체들이 해외에서 진행한 생동성시험 자료를 국내에서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식약청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료의약품부터 허가절차까지 다국적제약사와 국내사의 제네릭이 똑같은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다국적제약사의 제네릭이 국내사가 개발하는 제네릭과 품질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화이자의 경우 자체적으로 원료의약품을 생산하지 않고 수입해서 완제의약품을 만든다. 일부 제품은 인도의 스트라이드 아코랩사에 위탁해 생산하기도 한다.
식약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내제약사의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수입 원료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다국적제약사가 사용하는 원료와 국내사가 사용하는 원료가 동일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유태무 식약청 허가심사조정과장은 "제네릭이 허가받으려면 원료의약품부터 완제품 제조시설까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면서 "식약청 승인을 받은 모든 제네릭의 품질은 동등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국적제약사 복제약 시장성 전망 엇갈려
과연 다국적제약사의 제네릭이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다국적제약사의 이름값만으로도 처방현장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과학적으로 품질면에서 국내사 제품과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다국적제약사가 갖는 브랜드 가치가 처방현장에서 의사들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의 2010년 매출은 60조원이 넘는다. 국내제약사 1위인 동아제약보다 600배 이상 많다. 또 고혈압약 '노바스크', 고지혈증약 '리피토' 등 다수의 혁신 신약으로 환자들에게 우수한 치료효과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신뢰도는 국내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동일한 품질이더라도 화이자의 전략대로 '명품 제네릭'이라는 인식이 처방현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한 이유다.
이에 반해 국내 제네릭 시장 현실을 감안하면 다국적제약사의 제네릭의 시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통상 국내 제네릭 시장은 시장 진입 시기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오리지널의 특허만료와 동시에 수십개의 제네릭이 시장에 등장하는데, 이때 적극적인 영업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제품이 끝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많다. 한미약품, 동아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등이 제네릭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국적제약사가 새롭게 발매하는 제네릭은 이미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된지 오래된 시장이다. 화이자가 지난해 허가받은 항암제 '화이자젬시타빈'의 경우 이미 2006년부터 한미약품, 종근당 등 10여개사가 제네릭을 발매한 상태다. 이 제품은 릴리의 '젬자'가 오리지널이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국내 제네릭 시장은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되면 국내사들이 수십개의 제네릭을 동시다발적으로 발매하고 수개월내 윤곽을 드러낼 정도로 시장 진입시기가 가장 큰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면서 "다국적제약사의 제네릭이더라도 경쟁제품보다 수년 뒤에 등장하는 제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