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정태기자] "제약업계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냉랭하며, 전재희 장관도 깊은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자칫 업계가 공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영업총괄사장 간담회`에 참석한 어준선 제약협회장은 업계가 처한 상황을 이 같이 요약했다.
제약산업이 유례없는 규제 강화속에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약개발 성과나 매출규모는 아직 다국적기업에 비해 턱없이 적은 상황인데,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위기감이 높다. 그럼에도 제약사들은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 수출확대를 통해 한단계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산업의 현황, 이를 돌파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 산업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조명해봤다.[편집자]
어준선 회장은 각 제약사 대표들을 향해 "지금 제약업계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으며, 생존을 하기 위해서라도 부적절한 판촉행위(리베이트 제공)를 멈출 때"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제약사들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전재희 장관을 비롯 복지부는 기회만 있으면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실거래가 사후관리 ▲약가재평가 ▲특허만료약 약가인하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 등과 같은 약가인하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5가지 정책만으로도 연간 5256억원의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다.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는 의료기관이 의약품을 보험상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경우 절감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제도다. 이 경우 해당 의약품은 실제로 거래된 가격으로 약가가 인하된다.
정부는 의료기관에 이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의약품 거래가 투명해질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제약사간 불법 리베이트 제공 관행이 근절될 것으로 판단, 제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정부가 추진중인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로 1조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며 제도 도입의 중단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존폐여부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복지부가 제약산업을 옥죄기 위한 정책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오는 2018년까지 1조원 이상 제약사를 10개 이상 배출한다는 비전 아래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신약개발 R&D 지원 강화 ▲제약기업의 자발적 R&D 투자유도 ▲내수에서 수출지향적 산업으로 전환 ▲의약품 유통투명화 등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제약업계 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을 만드는 것이 제약사의 살길임을 강조해온 정부의 신약개발 정책은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게 사실 아니냐"며 "이미 만들어진 신약들은 해외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금이 필요한데, 각종 약가인하 정책을 시행하게 될 경우 무슨 돈을 어떻게 조달하라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제약산업을 투명화하는 것도 좋지만, 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같은 위기감이 확산되며 제약업계는 향후 경영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 업체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마케팅전략 등에서 변화를 모색해왔다. 여러곳에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제약산업의 레벨업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