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한 박스권을 벗어나 60만원대에 진입했고, 하이닉스(000660)도 바닥을 지나 상승채비를 갖추고 있다.
극심한 공급과잉을 보이던 반도체주에 대한 시장의 심리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지만,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반등을 이끄는 주도세력이 다르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기관들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반면, 하이닉스는 기관 보다는 개인이나 외국인들에게 더 인기가 높다.
국내기관들은 지난달부터 삼성전자 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국내 기관이 매수한 삼성전자 물량은 252만주에 달한다. 최근에도 7일 연속 순매수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반해 외국인들은 같은기간동안 118만주를 순매도해 국내기관과 확연한 시각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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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의 경우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 주가가 2만3000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편입비중을 거의 줄이지 않았던 외국인은 오히려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현재도 외국인들은 67만주 가량의 하이닉스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지난 8월 이후 하이닉스 보유 주식을 투매에 가까울 만큼 던졌던 국내 기관들은 아직 적극적인 매수를 꺼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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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국내의 대표적인 반도체업체로 묶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매매패턴의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우선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하는 종목'이라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타 업체들과는 달리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LCD와 휴대폰 사업 등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도 장점"이라며 "반도체 시황이 어려워질수록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D램 가격이 1달러를 하회하는 극심한 가격하락세로 대부분의 반도체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설비투자를 더욱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경영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울 때에는 누가 체력이 강한가에 따라 판가름이 나게 마련"이라며 "삼성전자는 공급을 더욱 확대하고 반도체가격을 더 떨어뜨려서 경쟁자들을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보는 삼성전자는 시각이 다소 다를 수 있다. 최근 삼성 비자금 사태를 둘러싼 외부변수는 외국인들에게 더욱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의 경우 삼성 비자금 사태로 해외시장에서 삼성의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감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하이닉스는 반대의 경우다. 국내 기관들과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에 대해 "그동안 시장의 기대치보다 너무 좋은 성과를 보여줬지만, 추가적으로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많다.
삼성전자에 비해 현금 여력이 약한 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시황 악화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하이닉스가 4분기는 적자전환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하이닉스의 D램 비트그로쓰(비트당 생산증가율)가 무려 150%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D램 가격 폭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하이닉스는 아직 약 월 50만장에 달하는 8인치 생산라인을 갖고 있어 내년에는 이중 40~50% 이상이 가동을 중단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묻어놓고 기다리는 전략'에 강한 외국인들의 경우는 하이닉스가 지금 '저점'이라는 인식을 강한 모습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의 경우 반도체주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삼성 비자금 등의 외부 변수가 있는 삼성전자에 비해 반도체만을 하고 있는 하이닉스를 더 매력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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