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동엽 칼럼니스트] 허만(Hermann)이라는 미국 중서부 시골에서 재생에너지 엑스포(Renewable Energy Expo)가 열렸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미국 촌구석에까지 대체에너지 바람이 불게 된 것.
우선 자동차 대체연료로 주목되는 바이오 연료(Bio-Fuels) 제품들이 눈에 띄였다. 자동차 보넷 뚜껑을 직접 열어 놓고 바이오 연료가 실제 작동하는 원리를 하나하나 설명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특히 식물성 연료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이 많았다. 이곳 미주리지역이 콩을 많이 재배하는 지역이기 때문인 듯 했다. 동남아시아, 유럽에서는 바이오 디젤 원료로 팜유를 많이 사용하나 미국에서는 콩기름을 주로 사용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트럭을 많이 사용하는 화물운송회사들이 바이오 디젤 주소비층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많은 회사들은 향후 바이오 디젤 사용 차량수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월마트가 화물운송트럭에 바이오 디젤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 디젤은 환경보호론자들 위주의 소수 니치마켓에서 주류마켓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관공서 차량, 학교버스, 우체국 배달차, 국립공원 차량 등에서 대형트럭, 중장비 등으로 바이오 디젤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 연료 시장 확산에 기름을 부은 주인공은 미국 정부. 보드맨 미국 에너지부장관은 2030년까지 화물 및 여객 운송차량들이 사용하는 바이오 연료량을 600억갤론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전체 운송차량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30%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미국 바이오 연료 시장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나라는 브라질이다. 바이오 연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브라질이 바이오 디젤 부분에 대해서도 욕심을 내고 있는 것. 브라질은 최근 에이치 바이오(H-Bio) 라는 저가의 바이오 디젤 신제품을 내놓고 바람몰이에 나섰다.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정제한 에탄올을 통해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등극했다.
아시아 바이오 연료 농장
한국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머뭇거릴 수 없다.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아시아에 바이오 연료 농장을 건설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바이오 농장 개발을 통해 장기적으로 한국의 환경문제를 극복함과 동시에 대체에너지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관련 설비 플랜트 등을 수출 산업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사탕수수 에탄올은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 유가가 25-35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채산성이 충분하다. 보다 많은 에탄올을 추출할 수 있는 바이오 에너지 사탕수수(bio energy cane)도 개발중이다. 개발에 성공, 에탄올 생산단가가 크게 낮아질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추락해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한국에서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 재배 농장을 건설한다면 사탕수수를 싸고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 수확 후 현지 가공 공장에서 1차 가공 후 한국 공장의 정제시설에서 최종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의 뛰어난 가공, 프랜트 건설기술을 고려하면 사탕수수 에탄올 왕국 브라질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에탄올을 공급할 수 있다. 에탄올 공장 시설은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설비가 아니다. 브라질의 경우 현재 250개 플랜트가 있는데 한개 플랜트당 건설비가 수 백 억원에 불과하였다. 물론 아시아 인근지역에서 수입하므로 물류 비용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바이오 연료는 청정 에너지다. 지구 온난화 주범 그린하우스 개스 배출량이 매우 적다. 특히 사탕수수 에탄올은 투입 에너지 대비 8배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지구 환경보호의 효자다. 또 재생 가능한 대체에너지다. 이들은 수확 후 다시 재배, 수확할 수 있다. 또한 사탕수수 에탄올, 팜유 디젤 추출 후 부산물은 동물사료, 비료, 화력발전용 원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작은 사탕수수, 야자수 재배에서 하지만 다른 에너지 작물로 점차 생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금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최종 생산까지 몇 년 걸리지만 투입 비용이 과거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토지, 자본, 기술, 노동이 투입된 후 몇 년 지나면 매년 바이오 연료을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한국의 바이오 디젤 선두주자
이미 해외에서 바이오 연료산업을 개척하는 한국의 선구자들이 있다. 에코솔루션은 필리핀과 말레이지아에 에코 글로벌 바이오 오일스(Eco Global Bio-Oils), 글로벌 바이오 디젤(Global Bio-Diesel)을 각각 설립하고 팜유 등을 이용해 바이오 디젤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정부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제정하는 등 바이오 연료 산업 육성에 나섰다. 농림부는 2007년부터 1500헥타에 바이오 디젤 원료용 유채 생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기술력 있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 바이오 디젤 선두업체 가야에너지는 대두유를 이용한 대표적인 바이오 디젤 연료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의 반응도 좋다. 말레이지아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연간 600만톤의 팜유를 바이오 연료 생산에 투여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들 국가 연간 팜유 생산량의 40%에 해당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이들은 원목 대신 팜열매를 수출할 희망을 안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0억달러를 투자해 2007년까지 8개 바이오 디젤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외국자본투자도 유치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기업과 중국 씨아이티씨(CITIC)는 5억달러를 투자해 야자유 농장 개발에 나선다. 세계 최대 야자유 생산국 말레이지아, 싱가포르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유럽 자본들과 손잡고 속속 바이오 디젤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전세계 바이오 연료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바이오 연료 열풍은 직접적으로 헤지펀드 관심을 촉발했고 말레이지아 선물 시장에서 팜유 선물가격의 상승을 유도했다. 지난 6월 미국 바이오 연료 벤처 베라선 에너지(VeraSun Energy)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자 마자 당일 주가가 30% 상승했고 2003년 회사 창업 후 3년만에 주식 공개를 통해 4억2000만달러를 손쉽게 조달했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상장 당일
17억5000만달러에 이르렀다.
현재 전세계 청정 에너지 시장은 400억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2015년에 1670억달러로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바이오 연료시장이 2005년 157억달러에서 2015년 525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벤처투자 자금이 대체에너지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미 2005년에만 1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벤처자금이 새로운 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의 케스케이드 투자펀드는 퍼시픽 에탄올(Pacific Ethanol) 에 1억달러 가까이 투자했고, 미국 대표 벤처투자가 비노드 코스러(Vinod Khosler)는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새로운 펀드를 결성했다. 이들 투자가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한국 투자가들은 에코솔루션을 한국 바이오 연료분야의 투자 대상 가운데 하나로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연료는 생산공정에서 발효를 통해 알코올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발효기술이 중요하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발효산업이 잘 발달돼 있다. 알코올을 만드는 공정에는 맥주회사 등 주류회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주류회사들이 인수,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를 그만 두고 바이오 연료 같은 벤처 산업에 참여해 21세기 바이오 연료산업의 수출역군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것은 술 취해서 하는 주정쯤으로 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