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이 11% 이상으로 양호한 듯 보이나 실제로는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자나 이익유보 등 자체적으로 조달한 기본자본은 얼마 되지 않고 실제로는 부채인 후순위채를 발행해 비율만 높여 놓아 자기자본구조가 취약한 형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배당보다는 이익의 내부유보에 주력하고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크게 높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기본자본비율 2년 연속 급락..고금리 후순위채에 의존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국내은행의 자기자본 및 자금조달구조와 시사점"이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국내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11.2%에 달하지만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뺀 기본자본비율은 6.98%로 2001년 7.70%, 2002년 7.16%에 이어 2년 연속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증자나 이익유보보다는 손쉬운 후순위채 발행에 의존하는 바람에 보완자본비율이 4.22%에 달한다. 미국 상업은행들이 12.7%의 자기자본비율중 10.06%를 기본자본으로 채우고 나머지 2.68%만 보완자본에 의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BIS가 인정하는 자기자본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 및 이익잉여금, 미교부주식배당금 등 순수한 의미의 기본자본과 후순위채 대손충당금적립액 재평가적립금 등 보완자본으로 구성된다. 이중 후순위채의 경우에는 실제로는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타인자본(부채)이지만 상환 우선순위가 다른 채무에 비해 후순위여서 BIS가 자본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금리도 일반 채권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은행국의 이상엽 과장은 "최근 수년간 은행들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즐겨 발행한 후순위채의 경우 잔존만기가 5년이내로 줄어들면 자본인정비율이 연간 20%씩 줄어든다"며 "만약 원활하게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만기 이후 후순위채를 재발행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이익유보 통한 자본조달 0.7% 불과..배당성향 2년새 두배로
국내 은행들은 자금을 조달하는데 있어서도 내부적으로 이익을 축적하기 보다는 부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총자금조달액중 자본 비중은 4.7%로 미국의 9.2%의 절반 수준이고 특히 자본중 이익의 내부유보를 통해 축적된 이익잉여금 비중은 0.7%에 그친다. 미국 4.2%는 물론 일본의 1.2%에도 크게 뒤처진다.
이 과장은 "기본자본비율이 낮아 BIS자기자본비율 구조가 취약하고 보완자본 조달에 따른 비용이 높다"며 "수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은행들은 기본자본비율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배당성향을 크게 높였다. 2001년의 경우 당기순이익중 배당액 비율(배당성향)이 20.5%였는데 2002년 28% 지난해에는 무려 41.6%로 급등했다.
지주회사 밑으로 들어간 은행 자회사들이 이익을 지주회사로 이전하기 위해 배당을 확대한데다 지분율이 크게 높아진 외국인들의 입김이 세졌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2001년말 16.8%에서 지난해말 27.7%로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또 은행의 평균 배당률은 지난해말 6.2%인데 외국인 지분율이 30%를 넘는 은행들의 평균 배당률은 7.1%에 달한다.
◇ 올해 대손충당금 대폭 확충해야..배당보다는 내부유보 필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문제다. 올해 3월말 현재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84.2%로 2002년말에 비해 5.4%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상업은행의 145.8%에 비해 크게 낮다. 부실채권이 증가했는데도 충당금을 덜 쌓았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후순위채와 마찬가지로 일부가 보완자본으로 인정될 뿐 아니라 당기순이익과 마찬가지로 무원가성 자금이다. 또한 자금조달면에서도 충당금을 적립하면 이익잉여금을 쌓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준다.
반면 대손충당금을 미리 충분히 쌓으면 부실자산으로 실제 손실이 발생해도 순익이 덜 줄어들어 기본자본이 감소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반대로 충당금을 덜 쌓으면 그만큼 당기순이익을 늘려 배당금 유출이 증가하게 된다.
한은은 국내은행들로 하여금 이익의 내부유보와 대손충당금 확충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본자본비율이 일정수준, 예를 들어 9% 이상인 은행에 한해 자유로운 배당결정을 가능하도록 하고 이익이 많이 날때 충당금을 많이 쌓는 동태적 대손충당금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올해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이 사상최대인 2002년 5조원보다 많은 8조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현재 84% 수준인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대폭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