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통령과 상원이 정치적 목적을 두고 대법관을 인선한다고 하더라도 사법권 독립이 침해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독일에서도 각 주의 법무장관들과 연방하원 선출위원들이 대법관을 선출한다고 해서 사법이 정치에 종속된다고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임명과 제청권력의 행사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과 상원은 대법관 임명을 위해 변호사단체나 인권·시민단체, 학계, 언론 등과 소통한다. 독일의 경우 현직 판사들이 구성하는 법관평의회의 의견이 사실상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대법관 인선을 둘러싸고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사생결단으로 대립하고 있는 사태를 두고 사법권의 독립 침해 운운하는 것은 성급하다. 오로지 그저 ‘내 사람이냐, 네 사람이냐’를 다투는 권력충돌에 불과할 뿐 국민을 위한 자리는 없다.
대법관 인선을 국민들의 손에 되돌려주는 작업은 결국 헌법개정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법원조직법의 개정으로 가능하다. 무엇보다 현재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대법관추천위)를 대폭 손질,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해 대법원장의 제청권 및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형식적 권한으로 그치도록 해야 한다.
대법관추천위 구성부터 잘못됐다. 대법원장의 보좌기관에 불과한 법원행정처장이 위원이 될 이유는 없다. 그 대신 법관과 국회, 법률가, 정부(시민사회)의 대표들을 동수(각 3명 정도)로 참여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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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심사단계를 단계화해 1차 단계에서 선별된 후보자를 대상으로 2차 심사에 포함토록 하되 공개적이고 다층적인 심사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각종 변호사단체와 법학관련학회, 시민사회·경제·노동단체들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청취토록 해야 한다.
피추천인원도 ‘3배수 이하’ 추천으로 해야 실질적인 심사가 가능하게 된다. 대법원장은 반드시 피추천인 중에서 1명을 제청하게 하고 대통령은 그를 임명하되 만일 이유를 붙여 제청을 반려하는 경우 나머지 피추천인 중 재제청해 임명토록 해야 한다. 국회가 임명동의를 거부해 더 이상 피추천인이 없게 된 경우 새로 대법관추천위를 구성해 절차를 반복하면 된다.
별다른 잘못이 없는 한 대법관은 정년까지 연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대법관 연임제 상례화도 고려할 만하다. 결국 사법권의 독립은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 속에 이뤄지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대법관 인선절차가 보장돼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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