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과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빚까지 내 주식에 뛰어든 2030이 증시 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삼전닉스’ 등 반도체주 투자 열풍에 올라탔다가 원금 손실은 물론 대출 상환 부담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빚투 후폭풍이 청년들의 자산 형성은 물론 주거와 결혼 등 미래 설계까지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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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는 서씨와 같은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상승장에 사회 초년생 직장인이나 대학생 등 경제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2030 사이에서도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마통)을 활용한 투자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근 증시 조정 이후에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조정을 고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A(29)씨는 빚 2000만원을 보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1년여 만에 수익률이 마이너스 82%를 기록하면서 손실액은 3500만원에 육박했다. A씨는 “주식 투자수익이 대출이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출을 받았다”고 후회했다.
청년들의 투자 열기는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토스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계좌를 개설한 정회원 중 약 57%가 30대 이하였다. 토스증권뿐 아니라 등 주요 증권사들은 사회 초년생을 겨냥해 무료 수수료와 해외주식 지급, 투자지원금 제공 등 각종 이벤트를 잇달아 내놓으며 청년 고객 유치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증시 활황과 맞물려 2030 투자자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투자 열기가 ‘빚투’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대표 지표인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대 기준 올해 4월 둘째 주 4239억원으로 1년 전(1888억원)보다 2.2배 넘게 늘었다. 증시 호황기에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활용한 청년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혼·내 집 마련도 멈췄다…“사회 전체 비용으로 돌아올 것”
투자 실패가 단순한 금융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결혼과 독립, 내 집 마련 등 사회 초년생들의 생애 계획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주식 투자에 뛰어든 대학생 박모(24)씨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38%까지 떨어지면서 부모와 지인에게 손을 벌린 데 이어 생활비마저 동기들에게 빌려 쓰고 있다.
투자 실패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주식투자가 이슈가 되면서 영향을 받는 기존 젊은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이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를 접하며 자신만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을 경험하는 분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매매를 멈추지 못하고 반복해 일상생활과 인간관계, 경제적 기능까지 손상된다면 도박장애와 유사한 ‘문제성 투자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빚투’가 개인의 투자 실패를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 등을 지목하며 “주식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하는데 투자 실패로 결혼은 늦어지고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과거에도 투자 열풍이 청년층 부채 증가와 개인회생 확대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빚투도 향후 청년층의 채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2020~2022년) 시기 코인 등의 투자 열풍 이후 2023년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20대(29세 이하) 개인회생 신청은 3278건으로 전년(2255건)대비 45.3%나 늘었다. 당시 20·30대는 전체 개인회생 신청의 47.3%를 차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빚투로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게 되면 개인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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