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늘어나는 RWA 부담 호소하는 은행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조정 없는 금융 지원은 부담
벤처기업 투자·전통산업 지원 요구…은행권 혼란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생산적 금융’과 ‘석유화학(석화) 금융 지원’이라는 두 가지 압박을 동시에 가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대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RW)는 낮아지지 않아 금융 지원을 늘릴수록 은행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은행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으로 은행이 보유한 주식 RW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정작 기업대출에 대한 RW는 담기지 않아 은행권은 수십 조원의 위험가중자산(RWA)을 쌓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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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조정 없는 생산적 금융과 석화 구조조정 지원 등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은행권은 올해 줄곧 기업대출 RW 조정을 요청해 왔다. 올해 초 제조업 등 산업생산 부문과 성장성 있는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 대출 RW를 하향해달라고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책성 대출 등 일부 기업대출만이라도 RW 완화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RWA은 금융기관 보유한 각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곱해 산출한 금액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지표다. 따라서 RWA가 높아지면 이를 낮추기 위해 은행은 더 많은 추가 자본을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요구하는 기업대출 RW하향에 미온적이다. 최근 주식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250%로 낮추는 방안은 발표했지만 기업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라 여전히 최소 50%에서 최대 150%의 RW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7월말 기준 LG화학·GS칼텍스·HD현대케미칼·롯데캐미칼 등 10개사에 대한 5대 시중은행의 대출액은 약 9조 8000억원이다. 석화기업에 대한 ‘뉴 머니’를 공급한다면 이에 해당하는 10조원 이상을 새로 투입해야 하는데 RW를 50%만 적용해도 5대 은행 전체 5조원 이상을 RWA로 새로 쌓아야 한다. 지난달 30일 산업·NH·신한·우리·하나·KB 등 17개 은행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무역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4개 정책금융기관은 ‘산업 구조혁신 지원을 위한 채권금융기관 자율협의회 운영협약’을 체결했다.
당국은 은행이 보유한 주식 RW만 조정해도 석화 구조조정을 위한 뉴머니를 비롯해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기업대출로의 투입 여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대업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줄이면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유지하면서 기업에 더 많은 대출을 내줄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식 RW 합리화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감소분을 기업대출로 전환하면 약 70조원 이상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이면 더 많은 기업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생산적 금융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은행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까지 떠안는 구조는 문제다”며 “여신 운용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