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PF)③깨지는 `드림허브`의 꿈

김재은 기자I 2010.08.23 11:41:00

내재수익률 9%대 불과..높은 땅값 `발목`
드림허브 이자비용만 4300억 `지불`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31조원. 단군이래 `최대`라던 한국의 `드림허브`가 깨질 판이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려 이해당사자간 서로 다른 주판알 튕기기로 표류하고 있는 것. 좀 더 들여다보면 한국의 구조적인 대형 공모PF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용산 드림허브`가 사업을 접는 게 중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발전을 위해 약이 될 것이라는 진단마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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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사업비 31조..내재수익률 9.16% 불과 

▲ 핑크-전략적투자자(SI), 블루-재무적투자자(FI), 연두-건설투자자(CI)

당초 2015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던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이익은 얼마였을까.

20일 삼성물산과 용산역세권개발에 따르면 당초 총사업비 28조원을 기준으로 2조5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내재수익률은 9.16%로 다른 대형 공모 PF에 비해 낮은 수준. 실제 사업에 착수해 완공되기까지 최소 5~6년간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따지면 그렇게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07년 토지비 8조원중 코레일이 최소금액으로 제시한 5조8000억원을 제외한 2조2000억원을 토지개발이익으로 계산했다"며 "하지만 낙관적이었던 부동산시장 전망이 바뀌었고, 내년과 내후년 부동산 시장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즉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용산`이라는 노른자위 땅도 충분한 분양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

여기에 총사업비가 31조원으로 당초보다 3조원가량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사업비가 31조로 늘어난 반면 2007년에 기대했던 분양가를 받을 수 없게 돼 적자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토지비 8조원 기준 코레일 소유 부지(35만6000㎡)의 3.3㎡당 단가는 7415만원에 달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PF는 외국에서도 보편적으로 쓰는 방식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땅값이 너무 비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본PF를 시작도 하기전인 토지매입 단계부터 엄청난 규모의 PF를 동원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총공사비 9조~10조원 가운데 자신의 몫인 2조7000억~3조원의 수주를 놓고도 지급보증을 거부하며 적극적 사업참여를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다.

◇ 시행사 드림허브..낸 이자비용만 `4300억`

▲ 드림허브 주요 재무지표 (단위:백만원, %),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는 2007년 12월 설립된 용산 역세권 개발을 담당할 시행사다. 자본금은 최초 50억원에서 2008년 3월 1조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현재까지 3년간 매출은 전혀 없다.

이가운데 드림허브는 8조원의 토지대금 가운데 1조3560억원을 냈다. 여기에 이자비용 4027억원을 더하면 총 1조7587억원을 납부했다. 8500억원은 토지 일부를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조달했다. ABS에 대한 이자비용(3개월마다 128억원)은 올 들어 2차례, 총 256억원을 냈다. 3번째 이자 납부일이 다음달 17일 돌아온다.

결국 아직 토지 매입도 다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드림허브는 자본금(1조)의 43%에 달하는 금액을 이자비용으로 지불했다.

2009년 드림허브의 영업손실은 227억원, 순손실은 673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은 2008년 158%에서 2009년 480%로 3배이상 높아졌다. 현금성 자산은 882억원으로 2008년보다 145억원 늘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 기준 2008~2009년 2년간 드림허브가 낸 이자비용은 464억원에 그친다. 이는 금융비용을 자본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며 이 효과를 제외하면 2008년 843억원, 2009년 2254억원 등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를 반영하면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2464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기존 계획대로 용산 역세권 사업을 추진할 경우 4조6000억원의 막대한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15%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관광개발(032350)은 3조5000억원가량의 이익은 남길 것으로 추정했다. 

◇ 공모 PF의 한계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의 표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린 대형 공모 PF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업성`이 최우선이 아닌 `부동산 불패` 믿음이 앞섰고, 과당 경쟁으로 치솟은 토지가격은 더 높은 분양가로 메우면 된다고 여겼다. 코레일마저 5조~6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이번 사업 `한방`으로 해결하려 가세했다.

특히 용산역세권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자본금은 1조원이지만, 이들이 수행할 사업은 31조원에 달한다. 사업비의 3.2%에 불과한 자기자본으로 31조원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시장상황에 맞게 자기자본과 외부차입의 레벨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PF 전문가는 "부동산 시장 침체도 문제지만 건설사들이 너무나 많아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플레이어를 줄이고, 사업장을 줄이는 등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단군이래 `최대`라는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이 무산돼 건설사와 투기꾼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보는 것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위해서 중장기적으로 좋은 일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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