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서나 칼럼니스트] 무더위의 기세는 조금 꺾였지만 여름 햇볕에 지쳐가고 있는 패션리더라면,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으로 에너지를 충전해보자.
어느새 한발 앞으로 다가온 9월. 올 가을·겨울은 영국풍과 40년대 레트로, 그리고 레이어드룩이 트렌드를 주도할 전망이다.
2월에 열렸던 밀라노 컬렉션 주간, 브랜드 설립 150 주년을 맞은 영국의 대표 브랜드 버버리는 클래식한 트렌치코트, 체크 플레이드 의상들로 2006-7 가을·겨울을 위한 패션쇼를 준비했는데 이는 이번 시즌 불어 닥친 영국풍 트렌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컬로든 전투를 테마로 드라마틱한 무대를 연출한 알렉산더 맥퀸을 비롯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타탄체크 의상과 킬트 스커트를 컬렉션에 접목했다. 소박함이 전해지는 페어아일 니트 역시 다양하게 응용됐다.
영국 전통 소재인 트위드와 헤링본이 함께 인기를 끌면서 그레이 색상이 블랙을 대체할 트렌드 컬러로 떠오르기도 했다. 록큰롤 이미지가 가미된 댄디 룩을 선보인 영국 출신 디자이너 루엘라 바틀리는 그레이 톤의 건클럽체크로 도회적인 트렌치코트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사진1)
오랜 역사의 런던 사빌 로우 맞춤양복점에 주목한 브랜드들은 테일러드 스타일의 수트와 조끼 등 매니쉬한 아이템들을 새롭게 해석하기도.
영국 신사의 멋스러움보다는 여성스러운 감각으로 가을을 맞고 싶다면 40년대 레트로에 시선을 돌려보자.
과거의 룩에서 영감을 찾아오던 디자이너들이 이번 시즌엔 1940년대의 글래머러스한 여배우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었다.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그대로 드러내는 펜슬 스커트가 대표 아이템.
툴레의 디자이너 브라이언 브래들리는 굵은 웨이브헤어와 와인빛 입술로 베로니카 레이크의 모습을 재현한 모델들에게 슬림한 스커트수트를 매치시켰다.(사진2)
타이트한 펜슬 스커트로 섹시한 워킹걸을 표현한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와 과감한 커팅과 얇은 블랙 스타킹으로 퇴폐적인 글래머 룩을 연출한 안토니오 베라르디도 눈길을 모은 디자이너.
이와 함께 부드러운 감촉의 실크 블라우스와 허리선부터 넓게 퍼지는 와이드 팬츠 등 우아한 느낌을 강조하는 클래식 아이템들이 많이 전개됐다.
블라우스의 네크라인이나 허리 밴드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 리본 장식과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긴 장갑은 레트로 분위기를 더욱 살려줄 액세서리.
캐주얼 스타일을 선호하는 패션리더들을 위해서는 마크 제이콥스가 레이어드룩을 제안했다.
90년대 그런지 패션을 재해석한 마크 제이콥스는 여러 가지 의상들을 믹스 매치하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사진3) 그는 이러한 경향을 자신이 디자인을 맡은 세컨드 라인과 루이 비통에도 이어갔다.
겹쳐 입기 편한 넉넉한 실루엣의 심플 캐주얼 아이템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프라다의 무대엔 스포티하면서도 쉬크한 점퍼와 레인코트가 등장했다. 담요처럼 몸을 포근하게 감싸줄 가운형 코트와 빅 니트도 여러 디자이너들의 선택을 받았다.
스텔라 맥카트니의 쇼에서 강력한 포스를 발휘한 빅 니트는 풀오버와 카디건, 미니드레스 등으로 변모해 날씬한 다리를 강조하는 스키니 진이나 타이츠와 만났다.
여기에 헐렁한 코트와 니트 위에 둘러져 스타일을 완성해줄 벨트가 키 액세서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장만해야할 아이템이 있다면 바로 레깅스. 스키니 팬츠의 유행과 연속선상에 놓인 레깅스는 스웨터는 물론 스커트 아래에까지 매치해 남다른 감각을 표현할 수 있으며 보온성도 갖춰 겨울까지 애용할 수 있다.
자 그럼 어떤 트렌디 룩으로 가을을 먼저 만나볼까. 결정하기 어렵다면 벨트나 니트, 모자와 같은 액세서리로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듯.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kr) 기획팀장 및 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