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적 기전으로 식욕 조절, 현대인 욕망 해결에 도전”

김현아 기자I 2025.01.01 12:00:00

1월 과학기술인상, 의사과학자 서울대 최형진 교수
뇌과학 융합연구로 비만치료제의 식욕억제 기전 규명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25년 1월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최형진 교수


2025년 새해 첫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의사과학자인 서울대학교 최형진 교수가 선정됐다. 최 교수는 서울대 의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뒤, 현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비만과 대사질환 개선에 중요한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기반의 비만 치료제가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을 규명하며, 현대인의 건강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최 교수의 연구가 비만 및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며, 그를 1월의 수상자로 선정했다.

최형진 교수 연구성과


GLP-1은 식사 후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GLP-1이 뇌의 특정 부위에서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최형진 교수는 이 과정에서 시상하부가 핵심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GLP-1이 시상하부의 특정 신경을 활성화시켜 식사 전에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의 출발점으로 “욕망이 어떻게 행동을 조절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며, 과식과 음식 중독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았다. 의사로서 환자들의 경험을 통해 뇌와 식욕의 관계를 밝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기초 연구에 뛰어들었다.

최형진 교수의 연구는 최첨단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해 진행됐다. 광유전학은 신경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조작하는 기술로, 이를 통해 연구팀은 실험쥐의 뇌에서 GLP-1 수용체가 있는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거나 억제해 식사 행동을 제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최 교수는 “광유전학 기술을 통해 살아있는 동물의 신경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조작할 수 있어, 이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혁신적인 방법”이라며 뇌과학 연구에서의 큰 변화를 예고했다.

“현대인의 건강 회복,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도전”

최형진 교수는 연구를 통해 비만과 대사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려 한다. 그의 연구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식욕억제제가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통찰을 제공했다. 특히, GLP-1 식욕억제제는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의대 졸업 후 10년간 내분비내과 교수로 환자들을 진료하던 중, 기초의학의 길로 전향하게 된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당뇨병과 비만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심근경색 등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을 보며 그들의 식욕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면서 “음식이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과자를 비롯한 음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며, 식욕과 음식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인류 건강을 위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비만과 당뇨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현대인의 건강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음식 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지속하며 인류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최 교수는 대사조절 기능신경해부학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그의 연구는 과학적 발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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