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법 연행 도 넘어…전장연 "인권위에 진정서 제출하겠다"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경찰의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 연행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28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장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전장연에게 퇴거를 요청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전장연은 28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5-3 승장장(동대문역 방향)에서 경찰의 불법 연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경찰이 미란다원칙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채 박 대표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지적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지난 24일 이뤄진 연행이 불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체포 당일 혜화서 경비과의 퇴거 요청과 연행에 대한 경고방송을 듣지 못했다”며 “검찰도 이날 구속영장 신청을 받은 뒤 저와 변호사에게 미란다원칙을 고지했는지 물었지만 변호사는 둘 다 듣지 못했다고 말했고 연행된 지 39시간 40분 만에 풀려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는 경찰의 미란다 고지 시점과 3회 경고방송이 있었는지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앞서 전장연은 기자회견 직후 지하철을 타고 국가인권위원회로 이동해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승강장 내 고성방가와 열차 지연 등의 이유로 퇴거 조치를 취하면서 예정된 지하철 탑승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이날 온라인으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4일 서울 혜화경찰서는 퇴거불응과 철도안전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박 대표를 현행범 체포했다. 박 대표는 호송 과정에서 휠체어에서 넘어져 목 등에 타박상과 욕창 증상을 호소했고,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남대문경찰서 경찰에게 조사를 받던 그는 지난 25일 검찰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하면서 이튿날 석방됐다.

체포 당시 현장에 있던 전장연 관계자는 “박 대표는 경찰 방패에 둘러싸여서 체포 고지를 듣지 못했다”며 “체포를 하려면 상대방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체포 이유를 고지해야 하는데 옆에 있던 활동지원사와 변호사도 경찰 방패 때문에 박 대표와 분리돼 상황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혜화경찰서는 “현장에서 박 대표에게 퇴거불응 등의 혐의로 체포한다고 말했고, 호송 과정에서도 체포 사유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장연은 2023년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1박 2일간 대학로 일대에서 전국결의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집회 마지막 날인 1일 오전 8시에는 혜화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