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가 이 자리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유지와 금융당국의 예금·대출 금리 인하 압박간 엇박자에 대해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디지털 뱅크런에 대해 경각심이 강해진 만큼 은행의 지급결제 기능 강화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차액결제 담보비율을 예정대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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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총재는 한은이 2월과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된 배경과 함께 금리 방향성에 대한 인식을 은행장들과 공유할 전망이다. 총재는 4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함과 동시에 본인을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최종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혀 두 번 연속 금리 동결이 금리 인상 종료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작년말부터 은행권의 예금, 대출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함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3%대까지 내려왔다.
이 총재가 F4회의(경제·금융당국 수장 모임)에서 “미세 금리 조정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고 지적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금융당국의 예금·대출 금리 인하 압박이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 명백한 만큼 이에 대해 언급할지 주목된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가 F4회의에서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 오히려 실망스럽다고 말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효과를 제약되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이다.
또 이 총재는 SVB파산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은행장들에게 지급결제 기능을 강화할 것을 당부할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이달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SVB 사태 같은 일이 한국에서 일어난다면 예금 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라며 “차액결제 담보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은행의 재정 상태가 안 좋다는 소문이 나서 뱅크런이 나타나게 될 경우 모바일, 온라인 뱅킹을 통해 순식간에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한국은행과 감독당국에게는 새로운 숙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작년 레고랜드 PF 부도 사태에 따른 자금 경색으로 유예했던 ‘은행간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차액결제 담보비율)’ 인상이 검토되고 있다. 차액결제 담보비율은 은행들이 차액결제시 결제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한은에 납입해야 하는 적격증권 납입 비율을 말하는데 당초 이 비율은 금융시장인프라에 관한 원칙(PFMI)에 따라 올해 80%로 인상한 뒤 2024년 90%, 2025년 100%로 올릴 계획이었으나 관련 비율 인상 계획을 5월말까지 미룬 바 있다.
한은은 5월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차액결제 담보비율을 80%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은은 은행장들에게 관련 부분을 설명하고 디지털 뱅크런 발생시 중앙은행과 은행이 취할 수 있는 결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