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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적극적으로 일하라’던 감사원, 도입 대책은 소극행정

김영환 기자I 2019.04.18 09:30:00

사전컨설팅 제도, 경기도에서 앞서 성과 보였던 제도
도입에 앞서 경기도와 협업 통해 운영 노하우 등 공유
운영 상황 등은 성공사례와 딴판
수요예측 실패? 전시행정? 홍보에도 '소극적'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감사원이 적극행정 유도를 위해 전면에 내세운 사전컨설팅 제도는 이미 지방자치단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던 제도다. 성공적인 모델을 도입했음에도 초기 실적이 나쁘다는 점에서 그 수요 예측이 되지 않았거나 면피성 제도 도입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공무원 사회에 적극행정을 종용하면서도 이를 감독할 기관의 하나로서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도서 성과낸 사전컨설팅 도입

사전 컨설팅 제도는 지난 2014년 경기도에서 처음 도입돼 그 성과를 인정받아 각 지자체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기업활동에 도움을 줘 지역경제에 이바지한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 사전컨설팅 제도 처리현황(자료=경기도)
부천 신한일전기 공장부지의 용도 변경 방안을 제시해 40년된 공장 증·개축문제를 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장부지가 일반주거지역과 준공업지역으로 양분돼 증·개축이 불가능했지만 ‘도시관리계획수립지침’에 이 같은 구역의 일부 조정은 도시기본계획 변경 없이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용도지역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컨설팅했다. 공장을 증·개축한 신한일전기는 신규 고용으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섰다.

법원 판결로 폐업 위기에 처한 공장을 해결한 사례도 있다. 기존 공장 부지가 형제간 분쟁으로 법원 판결에 따라 분할되고 공장 부지에 대해 법원이 다시 현행 건폐율에 맞게 50% 철거하도록 명령하면서 공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경기도는 이를 국토계획법상 기존공장 특례 조항에 따라 기존공장에 대해 건폐율 40% 적용, 공장의 운영을 가능케했다.

경기도가 2014년 이후 매년 평균 156.2건의 사전컨설팅을 통해 빚어낸 긍정적 효과다. 경기도는 2014년 4월 28일 감사총괄담당관실 내 전담조직을 설치, 운영에 돌입해 그해 8개월 동안 113건의 컨설팅을 시작으로 2015년 159건, 2016년 228건, 2017년 155건, 2018년 126건 등 꾸준하게 일하는 공무원들을 도왔다. 2019년 4월까지 만 5년을 채운 경기도의 사전 컨설팅 숫자는 연평균 156.2건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경기도의 사전컨설팅 제도는 제도를 활용한 이용자 중 91.5%가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주변에 권유를 하겠다는 이용자는 94.2%까지 높아졌다. 도움을 받지 못했더라도 제도 자체에 대한 호응은 높았다는 의미다.

경기도 사전컨설팅 제도 만족도 조사(자료=경기도)
사전컨설팅 제도로 도움을 받은 점(자료=경기도)
◇도입 초기 성과는 10분의1 수준

도입 첫 해 경기도가 113건의 컨설팅을 이뤄낸 성과와 비교해봐도 감사원의 컨설팅 건수는 지나치게 적은 편이다. 2019년 1분기 동안 감사원이 진행한 5건의 사전컨설팅이 공무원 사회의 적극행정 분위기 조성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감사원은 “중앙부처나 광역자치단체로부터 신청을 받아 검토한 후 컨설팅 결과를 회신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각 시도나 중앙부처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국한해 컨설팅을 신청하기 때문에 절대 수치는 낮을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다.

감사원의 해명대로 기초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등은 해당 감사관실에서 1차적으로 사전컨설팅을 해 답변한다. 광역 지자체나 중앙부처가 스스로 이를 컨설팅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경우에나 감사원이 컨설팅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절대적 수치는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사전컨설팅은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공무원 사회의 적극행정을 주문하는 가운데 면책기관인 감사원이 가장 앞장 세운 제도다. 최재형 감사원장 명의로 전국 80곳의 감사담당관에게 공문을 보내 사전컨설팅 제도의 도입과 활용을 적극 요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컨설팅 건수가 5건 밖에 안된다는 것은 수요 예측이 잘못 됐거나 적극행정에 대한 감사원의 의지가 약하다는 방증이다. 적극행정을 주문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소극적으로 제도를 운영한 셈이다.

감사원은 “감사를 하는 기관으로서 감사에 대한 사후부담을 덜기 위해 사전컨설팅 제도를 마련했다”면서 “다만 감사기관이 지나친 관여로 오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감사원 사전컨설팅 제도 회신 사례
◇컨설팅 사례 홍보에도 미온적

생각보다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면서 감사원은 사례 전파에도 쉬쉬하는 모양새다. 앞서 시행해 자리를 잡은 적극행정 면책 제도는 사례집을 만들어 적극 홍보에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감사원은 시행 한 달을 맞아 8개 컨설팅 의뢰를 받았고 이 가운데 2건을 회신했다는 성과를 내놓은 뒤 감감 무소식이다. 감사원 홈페이지에도 사전컨설팅 제도에 대한 일반적 소개만 있을 뿐 구체적 개별 컨설팅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경기도는 사전컨설팅 제도를 시행한 2014년부터 실제 컨설팅 사례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홍보에 십분 나서고 있다. 컨설팅 신청에 앞서 비슷한 사례를 먼저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업체명이나 신청인 등 불필요한 정보를 제외하고 컨설팅했던 실례를 홈페이지에 모두 올려놨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에 앞서 경기도와 사전 조율까지 진행했지만 운영 상황은 딴 판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 교수는 “공무원 사회가 적극적으로 행정에 나서지 않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구호나 입에 발린 정책보다는 심오하게 따져보고 방책을 세워야 한다. 사전컨설팅 제도만으로는 절대 적극행정을 유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적극행정 면책 제도는 이미 처리가 됐다는 점에서 사례집을 만들 수 있으나 사전컨설팅에서 컨설팅한 정책이나 사업은 진행 중이고 확정된 사안이 아니어서 공개를 하기에 부담”이라며 “공개를 해도 가능한 부분은 해당 기관과 협의해 공개하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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