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서 국제통상학과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한 황보준혁(26)씨는 지난 3월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 주얼리디자인과에 지원했다. 황보준혁씨는 “졸업 후 1년 동안 쓴 이력서만 65장이다. 대기업·중견기업을 가리지 않고 지원했지만, 매번 탈락했다”며 “문과생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폴리텍에서 기술을 배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4년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유동현(26)씨는 지난 봄 폴리텍 울산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에 입학했다. 유씨는 “취업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수많은 기업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며 “전문 실무기술을 익혀 기술직으로 진로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계 취업난이 직업교육대학인 폴리텍의 학생구성비율마저 바꿔놨다.
22일 한국폴리텍대학에 따르면 전문대나 4년제 대학을 중퇴 또는 졸업한 고학력자는 5669명으로 이 중 2713명(48%)가 인문계열 전공자였다. 2년 학위과정에 14%, 1년 과정에 48%, 6개월 미만과정에서는 56%로 조사됐다.
지난달 직업능력개발연구원이 조사한 ‘인문·사회계 대학생 교육훈련 요구조사 결과’에서도 취업만 된다면 전공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인문계 전공자는 10명 중 4명이나 됐다.
인문계 전공자의 심각한 취업 현실이 각종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발빠르게 기술직으로 진로를 바꾸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에 입학하는 고등학교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이 인문계고 출신자였다. 2012년 처음으로 50% 비중을 넘어선 이래 꾸준히 입학자가 늘어 올해는 전체 입학생 중 57%(5322명)가 인문계고 출신자로 집계됐다.
이우영 폴리텍대학 이사장은 “기술교육에 입문한 인문계열 전공자들을 위해 기초학력테스트를 통한 수준·전공별 기초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며 “인문계 전공자들이 기술을 어렵지 않게 배워나갈 수 있도록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