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정부가 추진 중인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침에 대해 기업의 절반 이상이 ‘획일적 세금 부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을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소재 기업 200여 곳에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제도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현행 일감몰아주기 과세 방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기업 규모와 상관없는 일률적 과세’(29.1%)를 가장 많이 꼽았다고 6일 밝혔다. 이어 ‘업종별 특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응답이 28.6%로 나타나 기업 절반 이상(57.7%)이 획일적 과세방침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자의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이라며 “기술경쟁력 제고나 원가절감 등을 위한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매겨 중소·중견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감몰아주기 과세 기준인 정상거래 비율에 대해서는 76.4%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50% 이상(11.8%) ▲30% 유지(5.9%) ▲30~50%(3.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상의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보면 정상거래비율을 법인의 업종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시행령에서는 일률적으로 30%로 정했다.
상의 관계자는 “업종별 특성과 관계없이 정상거래비율을 정하면서 사업 구조상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업종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시행에 따라 세후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지배주주 등에게 증여세를 매기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아무런 규정이 없는 점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개선방안으로 응답기업의 48.8%는 ‘직전 2~3년간 증여의제이익에서 소급 공제로 이미 낸 증여세를 환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상의는 이에 대해 “일감을 받은 기업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그동안 얻었던 영업이익이 모두 잠식될 경우 과거 주주가 낸 증여세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과도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상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라는 용어에 대해 기업의 70.4%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낸다며 용어선택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정상 거래에 관한 징벌적 성격과 배당소득세와 이중과세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며 “중소·중견기업 제외, 업종별 특성 반영 등 제도개선과 함께 기업의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한 정상적 내부거래에 대한 과세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일감몰아주기 과세
: 특수관계 법인으로부터 연매출의 30%(정상거래비율)를 초과하는 일감을 받은 기업(수혜법인)의 지배주주나 친인척 중 3% 초과 지분을 보유한 이들에게 증여세를 매기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증여세액은 세후영업이익을 기초로 산출되는데 기업 규모나 업종과 상관없이 동일한 계산식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