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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는 오지 않는다..올해 10% 하락

양희동 기자I 2012.09.07 13:08:50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극심한 부동산시장 침체가 재건축 신화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 기대감과 재테크 가치로 지은 지 오래될수록 가격이 더 올랐던 서울의 노후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7일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30년 이상 된 서울지역 노후 아파트 가격은 올해(8월말 기준) 평균 7.29% 떨어졌다. 이는 10년 이하 아파트(2.18%)나 11~20년 아파트(1.79%)보다 3배 넘게 떨어진 것이다. 2009년 한해 30년 이상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13.24% 올라, 10년 이하 아파트(1.15%)와 11~20년 아파트(1.96%)보다 7~12배 정도 상승폭이 컸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 은마아파트 하락폭 커져

지은 지 33년 된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신화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은마아파트는 작년 말까지 113㎡형(공급면적 기준)의 평균매매가가 10억원을 호가했지만 현재는 9억1500만원으로 8000만원 넘게 내린 상태다. 107㎡형 역시 8억9500만원에서 8억500만원으로 9000만원이나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던 2008년말보다 낮은 수준이다.

12년 전인 2000년 1월 은마아파트 113㎡형의 평균 매매가는 2억5750만원, 107㎡형은 2억1250만원이었다. 2000년 들어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2001~2002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파트값이 2배 이상 올랐다. 노무현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2003~2004년 가격 오름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2004년말부터 다시 상승세는 이어졌다. 정치권에서 수도권 뉴타운 등 각종 개발 호재를 쏟아내던 2005~2006년 부동산 폭등기에는 천장을 뚫을 기세를 보였다. 2005년 1월 113㎡형의 평균 매매가는 6억9500만원, 107㎡형은 6억2500만원으로 5년 만에 이미 3배 가까이 오른 상태였다.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은 2006년 12월~2007년 3월 은마아파트 평균매매가는 113㎡형 13억원, 107㎡형 10억2500만원까지 폭등했다.

멈출 줄 모르던 은마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하며, 그해 12월 113㎡형은 9억4000만원, 107㎡형은 8억원까지 떨어졌다. 2009년에는 경기 회복세를 타고 반등해 10억~12억원선까지 회복하기도 했지만 2010년 3월 강남구의 재건축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현재 답보상태다. 조합원수가 4424명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라 재건축과 관련된 세부내용 조율이 어렵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추진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조차 안된 상태다. 작년 11월 강남구청이 재건축 구역지정 계획안을 발표했으나 조합원들이 구청이 제시한 소형평형 의무비율 적용에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구역 지정 재추진도 조합원 간 의견 차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건축추진위원장도 선거 무효 판결로 인해 직무정지된 채 공석인 상태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재건축 추진 상황이 호전만 된다면 강남 유일의 중형 대단지란 상징성 때문에 향후 가격 반등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 둔촌주공 1억원 하락

현재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서울시가 정한 재건축 연한을 이미 지나 대부분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소형평형 의무 비율 확대 등으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시장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와 실망 매물 등장으로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파트는 은마아파트 외에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1~4단지)와 서초구 반포동 한신(1·3차),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등이 있다. 둔촌주공 1단지 26㎡형의 경우 올초 3억9000만원선이었으나 현재는 1억원정도 떨어진 2억9000만원선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신1차 92㎡형과 장미아파트 92㎡형의 가격도 연초보다 8000만원 이상 하락해 각각 15억6000만원과 6억5000만원 정도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서울 재건축 아파트라고 비껴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경기 회복이 선행되지 않는 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이후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평균매매가 추이 지료:부동산114
은마아파트 시기별 평균매매가
연도이슈평균 매매가
107㎡113㎡
2001년 2월재건축추진위원회 조직2억 2750만원2억 7000만원
2002년 9월재건축 추진 본격화4억 8000만원5억 8000만원
2003년 11월부동산 10·29 대책 발표6억 2500만원7억 4000만원
2005년 6월수도권 뉴타운 지정7억 7500만원9억 1750만원
2006년 11월5·31 지방선거 뉴타운 공약10억 2500만원12억 5000만원
2008년 12월글로벌 금융위기8억원9억 4000만원
2009년 8월경기 회복세10억 2000만원12억 1500만원
2011년 5월부동산 침체기9억 2500만원11억 1500만원
2012년 8월부동산 침체 장기화8억 500만원9억 1500만원
자료:부동산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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