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자영기자] 분당 전세가격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평형별 전세가격 격차가 줄고 있다.
중소형 전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한 데 반해 중대형 이상 큰 평수는 전세가 남아돌아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에선 중소형 전세가격이 중대형 보다 비싼 `가격 역전현상`마저 나오고 있다.
24일 분당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분당구 이매동·정자동 일대 158㎡(47평)~162㎡(49평) 전셋값이 지난달 말 2억5000만원선에서 이달 들어 2억~2억2000만원으로 하락했다.
반면 이 일대 95㎡(28평)~125㎡(37평형) 전세가격은 2억원 안팎으로 중대형 아파트와 큰 차이가 없다.
이매동 H 공인 사장은 "전세는 같은 가격이라면 중소형 평형대를 원하지, 중대형 아파트를 찾지는 않는다"며 "투자가치가 아닌 순수 거주 개념이어서 평수가 큰 것보다는 관리비가 적게 나오는 중소형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아름건영 162㎡(49평)는 현재 2억1000만~2억3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중개업소마다 3~4개가 있다. 2년 전 이 아파트 전세 시세는 3억7000만~4억원이었다. 불과 2년 만에 전세가격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 아파트 125㎡(37평형) 전세가격은 2억~2억3000만원으로 162㎡(49평형)과 엇비슷하다.
정자동도 평형별 전세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정자동 상록라이프 158㎡(47평형)는 최근 1억9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왔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전세 가격을 대폭 낮춰 내놓은 것이다. 현재 이 아파트 109㎡(32평형) 전세 시세는 2억~2억1000만원 선을 보이고 있다.
소형 전세가격이 대형 전세가격보다 비싼 가격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자동 S공인 사장은 "예전 같으면 중대형도 전세가 귀한 편인데 현재는 중소형을 제외하고는 전세가 남아돈다"며 "중소형과 대형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2년 전만해도 3억~4억원하던 중대형 전세가격이 현재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라며 "비싼 가격에 전세를 놓은 집주인들이 차액을 돌려주지 못해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경우가 흔하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판교신도시 입주는 분당 중대형 전세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분당 집주인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판교신도시는 다음달까지 1700여 가구가 입주한다. 현재 `이지 더 원` 109㎡(32평형) 전세가격은 1억8000만원이며, 같은 지역 한성 `필 하우스` 105㎡(31평형)은 1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노후 아파트가 대부분인 분당신도시 동일 평형과 비교해 전세가격이 2000만~3000만원 저렴하다.
판교신도시 S공인 관계자는 "기반시설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분당에서 이주해오겠다는 수요는 현재로선 많지 않다"라며 “하지만 워낙 싸게 전세 매물이 나와 있고,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돼 분당 지역 전세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내년 4월 이후 중대형 아파트가 본격 입주할 경우 전세가격 시세는 분당의 70~80%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며 "이 경우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