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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원 저작권 침해에도 '3년형'…특경법 적용 필요[별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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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7.07 07:30:00

■다양한 주제의 법조계 이야기
누누티비 사건으로 본 저작권법 처벌의 한계
개인 침해와 조직적 침해 동일 처벌 '문제점'
피해규모 차등처벌로 K-콘텐츠산업 보호해야

[설지혜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 최근 국내 최대 규모의 저작권 침해사이트인 ‘누누티비’ 및 ‘오케이툰’의 운영자가 2021년부터 국내외 유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콘텐츠와 웹툰 수십만건을 유통한 혐의로 형사 기소되어 징역 3년의 실형과 7억원의 추징명령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관련 업계에서 누누티비에서만 약 5조원의 저작권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그러한 피해를 입힌 당사자에게 내려진 처벌은 상대적으로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여, 관련 범죄에 대한 억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저작권 침해 웹사이트 ‘누누티비’와 후속 불법 웹사이트 ‘티비위키’, ‘오케이툰(OKTOON)’ 사건 개요도.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현행 저작권법 제136조는 저작재산권 침해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저작인격권 침해행위 등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일 조문 체계는 저작권 침해 범죄의 다양성과 심각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4조가 예시하는 저작물의 범위는 어문저작물부터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까지 9개 유형에 이르며, 각각의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 침해 상황이 현실 세계에서 갖는 산업적 영향력과 경제적 파급효과는 천차만별이다. 개인이 작성한 블로그 글의 무단 복제와 수백억원 가치의 불법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며 조직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되는 현실은 범죄의 실질적 불법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저작권법 위반죄의 법정 최고형이 5년에 불과하다는 점은 수사기관 내부에서 해당 범죄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는 주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저작권 침해 사건의 경우 유력한 서버가 대부분 해외에 소재하고 있어 행위자의 소재지 및 신원, 자금 흐름 등을 파악하는 데에 국제 공조를 비롯한 고도의 수사 역량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법정형으로 인해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수사 환경의 한계로 인해 콘텐츠 업계는 수사기관의 도움을 통한 근본적 해결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피콕(P.CoK), 네이버웹툰의 툰레이더(Toon Radar) 등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나 해외 사설 대응업체인 ACE(Alliance for Creativity and Entertainment) 등에 의존하는 대응 방식은 이러한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형사처벌이라는 궁극적 억제 수단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설지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실무에서는 저작권 침해 사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현행 저작권법 처벌 체계의 한계를 우회하려는 고육지책이지만,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업비밀 등 침해행위가 기업의 경쟁력 및 산업안보 관점에서 중요 범죄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저작권 침해행위는 범죄혐의의 명칭 및 법정형의 한계로 인해 산업에 미치는 심대한 타격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영리 목적 저작권 침해행위는 본질적으로 경제범죄의 성격을 가지며, 국가 문화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필자는 현행 저작권법의 법정형을 일률적으로 상향하기 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침해행위에 대해 특별한 가벌성을 인정하는 방향이 좀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 가중처벌 조항에 저작권법 위반을 추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피해액수 또는 이득액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상향된 법정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정을 통해 단순한 개인적 침해행위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조직적 침해행위를 명확히 구분해 달리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피해 규모에 더해 조직성, 상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양형 기준을 통해 범죄의 실질적 불법성에 상응하는 처벌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같은 방안이 추후 구체화되어 K-콘텐츠 산업 보호 및 이로 인한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꿈꾼다.

■설지혜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사법연수원 36기 △(현)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현)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위원 △(현)특허청 산업재산권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현)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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