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1월 들어 발행에 나선 회사채의 수요예측이 연이어 흥행을 계속하며 신용등급 ‘AA’급인 우랑 회사채의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공기업 혁신에 따라 공사채 발행이 줄어든 자리를 회사채가 대신하리라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부분 회사채에 발행 예정금액의 2배 이상의 금액이 몰리고 있다.
20일 실시된 신용등급 ‘AA-’인 현대오일뱅크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2000억원 발행에 두 배 이상의 금액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2월과 4월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용 자금 조달에 미리 나선 현대오일뱅크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4위 정유회사로 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없으나 최근 영업이익,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개선 등으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었다는 평가다.
이보다 앞서 진행된 LG전자(066570)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3000억원 발행에 8000억원이 몰렸다.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성장 침체, 부채비율 상승 등으로 수요예측이 성공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를 깨고 ‘흥행보증수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발행액을 5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6일에는 이마트의 2000억원 발행에 4500억원이 참여했고, GS(078930)는 3000억원 발행에 6400억원, 현대제철은 3000억원 발행에 7000억원이 몰리는 등 발행하는 회사채마다 기관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크레디트 업계는 우량 회사채에 기관의 수요가 몰리는 흥행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올 들어 공격적으로 공공기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며 부채 감축과 함께 공사채가 크게 감소할 전망으로, 그동안 공사채 비중을 늘려왔던 연기금과 보험사 등이 우량 회사채 물량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공사채 발행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1월 3조4000억원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공사채 비중을 38% 유지해온 보험사들은 공사채를 대신할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채 시장 양극화가 지속되며 회사채 발행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영향도 크다. 증권사나 투신사 등이 사들일 회사채가 없자 우량 등급 회사채에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또한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행이 결정되며 불확실성이 감소해 채권시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금리에 반영되며 투자심리가 회복됐다는 평가다.
황원화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스프레드(금리차이)가 확대된 회사채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며 “금리 상승 전 자금조달이 필요한 발행기업들의 수요도 부합하며 1월 효과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