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금융당국이 정치권과 일부 업계에서 제기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대출규제 완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출규제가 부동산 거래 부진이나 가격하락의 원인이 아닐 뿐더러 규제완화의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부동산 투기 가수요를 부추기는 등의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민간 전문가들이 이같은 의견을 제시하는 등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선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DTI규제 등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부동산 하락이나 거래 부진의 원인이 아니다"며 "수급불균형 측면에서 일부 (가격이)조정받고 있는 상황인데 대출 규제를 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DTI규제는 투기지역(40%)을 제외한 서울지역이 50%,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60%를 적용하고 있는데 수도권 등에선 이 한도보다 적은 20% 수준밖에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비율을 더 올릴 필요도 없고 올린다고 해서 규제완화의 실효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괜히 DTI를 완화했다가 부동산 투기 가수요를 부추겨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현재 집값이 떨어지면서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규제를 풀면 투기세력이 다시 살아나 거품이 꺼지기도 전에 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DTI 규제가 금융회사의 건전성 규제인데 부동산 투기 조절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주택시장 동향 평가 및 시사점`이란 안건으로 진행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경제연구소, 학계, 금융계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의를 했으나 DTI규제 완화에 대해선 대부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에 앞서 금융위도 지난 15일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부동산관련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주택시장 점검회의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정은보 금융정책국장은 "건설업계와 일부 금융회사들이 규제완화를 원하고 있지만 현재 집값이 조정을 받아가는 상황에서 일부 국지적인 현상만으로 규제를 풀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며 "아직 검토할 단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