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윤증현 장관 "韓 위상 높아질 것"

김기성 기자I 2009.03.30 11:30:45

<이데일리 창간 9주년 기념 인터뷰>
"한국 경제 가장 먼저 회복될 것"
"서비스 규제완화 필요성" 거듭 강조
각계각층 협조 위기극복 대전제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희망`과 `믿음`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강조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과정 등에서 입증됐듯이 우리 민족은 한데 뭉치면 믿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이 있고, 특히 이번 경제난 극복을 통해 세계적인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윤 장관은 이데일리 창간 9주년을 맞이해 지난 26일 가진 인터뷰에서 "위기는 결국 지나가기 마련인데, 문제는 위기과정에서 이를 극복해 내느냐 아니면 탈락하느냐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고 위기 이후 세계적인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노사정과 정치권이 굳게 힘을 합쳐 위기극복에 매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계각층의 협조가 경제위기 극복의 대전제임을 강조했다.


윤 장관은 28조9000억원 규모로 마련된 추가경정예산안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이번 추경안에 새 경제팀의 경제회복 의지를 담아냈고, 이를 통해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모멘텀이 마련될 것"이라며 국회의 조속한 추경안 처리를 촉구했다. 또 "추경안에 규제완화와 민간투자 확대가 함께 추진될 경우 2%포인트 내외의 성장률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계의 적극적인 협조도 주문했다.

윤 장관은 내수를 살려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평소의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가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의 내수 기반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핵심분야"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불필요한 규제가 남아있어 경쟁력이 낮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가 혼재된 분야에서는 민간투자 촉진, 대외개방, 진입규제 완화 등을 통해 그동안 소홀히 취급돼 왔던 산업적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여부와 관련해선 "그 문제는 부동산시장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원칙적인 방향은 `해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윤 장관과의 일문일답.

- 취임 이후 가장 어려웠던 점과 보람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취임 이후 시장과의 소통노력을 강화하면서 위기극복을 위한 경기대응과 시장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고 글로벌 정책공조를 위해 `아세안(ASEAN)+3`등 국제회의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 왔다.

그러나 세계경제 침체가 심화되고 3월 위기설과 동유럽 금융위기 우려 등으로 시장불안이 확대되는 등 경제여건이 악화되어 가시적인 정책성과를 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다만 최근에 금융과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회복하고 있고, 실물경제도 수출과 무역수지,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 등에서 조금씩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어 다행스럽다.

지난 24일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정부내의 수많은 토의를 거쳐 일자리와 민생안정을 위한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발표했다. 새 경제팀의 경제회복에 대한 의지를 담아낸 것이다. 성장 제고와 일자리 창출 면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최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우리의 위기극복 경험과 시사점을 담은 부실자산 처리기준과 우리가 강력하게 주장한 보호주의 배격 선언이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부속서에 반영된 것도 큰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 29조원에 달하는 슈퍼추경이 경기부양 등 정부의 목표 달성에 충분하다고 보는지. 하반기 2차 추경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추경 규모는 외환위기 당시의 재정지출 수준과 최근 주요 선진국의 대응수준이 함께 고려됐다. 현재 추진중인 추경예산안은 1998년 2차 추경 규모(13.9조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지만 GDP 대비로는 3% 안팎으로 유사하다. 지난해 감세, 11월 수정예산과 이번 추경안까지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GDP 대비 7.4%를 재정에서 투입해 다른나라와 비교해 볼 때 적지 않은 수준이다. 국가별 경기부양지원 규모를 GDP 대비로 보면 미국이 14.6%이고, 일본과 유럽연합(EU)이 각각 2.3%와 1.5% 수준이다.

추경과 함께 규제완화와 민간투자 확대가 추진될 경우 2%포인트 내외의 성장률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이번 추경이 경제의 어려움을 벗어나는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 상반기 조기집행에 이어 하반기 추경이 본격 집행되면서 경기가 회복돼 2차 추경은 필요 없기를 기대하고 있다.

- 취임 직후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했는데, 추경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의 성장률 및 고용 전망이 수정없이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는지. 아니면 하향 조정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지.

▲취임 직후인 지난달 10일 올해 우리경제가 -2% 내외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이후 경제여건이 다소 변화했다. IMF가 최근 세계경제 전망을 0.5%에서 -0.5~-1%로 하향 조정하는 등 세계경제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추경편성 등에 따른 추가적인 성장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부정적인 요인과 긍정적인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당초 전망치인 -2%를 수정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한다. 1분기 지표 등 경기흐름을 좀 더 지켜본 뒤 필요하면 전망수정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 정부는 외화유동성 공급 확대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추가적인 대책으로 어떤 것을 강구중인지.

▲최근 환율이 1300원대 후반으로 하락한 이유는 미국 다우지수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3월 무역 수지 흑자가 전망되며, 시중은행의 해외차입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직접적인 외화유동성 공급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독려하기 위해 대책을 이미 발표했다. 외국인이 국채와 통안채에 투자할 때 이자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하기로 했고, 양도소득도 비과세할 예정이다. 제외 동포 등 비거주자로부터 외화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외화유동성 대책의 후속 조치들이 진행중에 있다. 이같은 대책의 성과가 가시화된다면 외환시장의 여건이 보다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정부가 상반기와 하반기 1회 이상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4~5월중 10억~20억달러 발행이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4월말 뉴욕 IR도 있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상반기내 외평채 발행이 추진되는 것인지.

▲올해초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 이어 최근 포스코가 해외 공모채 발행에 성공해 한국물 발행을 위한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FRB의 3000억달러 국채 매입 계획과 미국 정부의 1조달러 부실자산 매입계획도 대외여건을 호전시키고 있다. 정부는 이런 개선된 시장상황을 적극 활용해 외평채 발행을 추진중에 있다. 구체적인 발행시기나 규모는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결정할 예정이다.

- 비사업용 토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 전면 폐지는 지방의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자금이 80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를 감안할 때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에 대한 신중론은 여전히 우세한 편이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는 언제쯤 이뤄지는 것인지.

▲현재 비사업용 토지와 다주택보유자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세율이 중과됨에 따라 부동산거래가 실종되는 등 부동산시장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양도소득세제를 조세원리와 시장기능에 맞게 정상화하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안정이나 투기문제는 원칙적으로 주택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운용을 통해 해결하고 세제는 보조적 수단으로 확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세법상 투기지역에 대해 15%포인트 범위내에서 중과할 수 있도록 하는 양도세 탄력세율제도가 마련돼 있다. 부동산 투기가 지연될 경우 안전장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문제는 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해 관계부처 등과의 협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해 나가겠다.

- 선제적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은 옥석을 가려내 회생가능한 기업에 적절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회생가능성을 판단하는 어려운 작업은 채권자의 위치에서 기업의 재무사정을 잘 아는 채권금융기관이 신용위험평가를 바탕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다만 채권금융기관은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BIS 비율이 하락하는 등 건전성이 일부 저해되는 측면이 있어 기업 구조조정에 다소 소극적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 지원 실적과 연계해 자본확충이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부실이나 부실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정상금융기관에도 선제적 자본확충 지원이 가능하도록 현행 제도를 개선해 금융기관의 실물지원기능을 활성화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산업정책적 고려가 반영되도록 하는 한편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서비스는 가장 큰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의 내수 기반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핵심 분야다. 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생산을 위한 중간재로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불필요한 규제가 남아있어 경쟁력이 낮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은 미국의 40%, 프랑스와 일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서비스산업의 고용은 전체중 68%로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도소매와 음식숙박업이 서비스산업 고용의 36%를 차지하는 등 고용의 질도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보면 서비스산업은 생산성 향상과 발전의 여지가 크게 남아 있는 기회의 영역이다. 특히 산업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가 혼재된 분야에서는 민간투자 촉진, 대외개방, 진입 규제완화 등을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됐던 산업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 이데일리의 최근 설문 조사 결과, 경제전문가 10명중 절반 이상인 6명이 위기극복 이후 우리나라의 위상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퇴임 이후 어떻게 평가되고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위기는 결국 지나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위기과정에서 이를 극복해 내느냐 아니면 탈락하느냐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고 위기 이후 세계적인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에게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고,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또 금융규제를 통해 주택버블을 적절하게 억제했고, 기업부문의 부채비율이 외환위기전에 비해 4분의1로 낮아진 것도 우리경제가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강점들과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정과 정치권이 굳게 힘을 합쳐 위기극복에 매진하는 것이다. WBC 대회를 통해서도 증명됐듯이 우리 족은 한데 뭉치면 믿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

퇴임 후의 평가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오직 위기극복과 위기 이후 우리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전념하는 것이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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