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AI` 美 항공업 울고 싶어라

이태호 기자I 2005.11.03 13:30:10

고유가 테러이어 조류 인플루엔자로 승객 감소 위기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올해 기록적인 유가 상승과 테러 등으로 이미 심각한 손실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의 항공사들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번엔 조류 인플루엔자(AI)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아직까지 AI의 위협은 한 가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의회에 71억달러의 긴급자금 지원을 의회에 요청할 만큼 심각한 사안이기도 하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어떤 국가에서든 인체간 AI 감염사례가 발생한다면 `여행 제한` 등 강력한 조치로 대응할 방침이다.

◇`사스` 악몽 재현되나

미국의 항공·여행산업은 지난 2003년 9개월에 걸쳐 영향을 미쳤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같은 사태가 재발 되는 일을 두려워 하고 있다. 사스 공포는 결과적으로 심각한 피해 없이 끝났지만 세계 여행산업에 약 8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혔다.

여행산업경영자협회(ACTE)의 그릴리 고치 사장은 "일단 AI가 발생했던 지역으로의 여행은 즉각적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또 "아직까지 AI 때문에 비행을 취소하는 고객들은 없었지만 우려는 감염에 대한 고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미 질병통제센터(CDC)는 현재 11개 주요 국제공항에 검역소를 설치했으며 다른 6곳에 추가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검역소는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승객들을 상대로 간단한 검역 절차를 수행하게 된다.

미국항공교통협회(ATA) 캐서린 앤드러스 변호사는 "사스 발생 기간에도 비록 감염자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지만 1000개 이상의 노선이 CDC나 지방 보건당국의 검역을 받았었다"며 당시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항공사 `총체적 난국`

미국 항공산업은 고유가, 테러, 과잉경쟁 등으로 이미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항공유 가격은 지난 4년 동안 240% 급등(ATA 집계)했으며 9·11 테러 이후 감소하기 시작한 승객 수요는 최근 발리에서의 폭탄 테러 등과 더불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다. 또 대형 항공사들은 저가 항공사와의 가격경쟁으로 손실이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

지난 9월 미 항공업계 3, 4위인 델타와 노스웨스트항공사는 고유가와 할인경쟁에 따른 손실누적으로 법원에 파산보호(한국의 법정관리에 해당)를 신청했다. 앞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유나이티드와 US에어웨이에 이어 7대 항공사 중 4곳이 잇따라 경영위기에 몰린 것이다.

지난 9월 블룸버그 통신은 따르면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노스웨스 트항공, 컨티넨탈항공, US에어웨이 등 미국 상위 6개 항공사의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총 380억달러에 달하며 올해에도 고유가 등으로 100억달러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파산한 미 항공사가 이미 전체 항공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AI마저 확산된다면 항공업계는 상당한 충격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 ATA의 앤드러스는 "만약 일반 대중이 AI로 인해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면 항공산업에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며 "발생 가능한 위협과 관련해 CDC와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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