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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불어온 ‘AI 워싱’ 경고장...국내도 ‘공시 위반’ 도마 위
27일 AI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시장의 변화는 정보기술(IT)의 변화를 이끌어온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수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현지 테크 기업인 델피아(Delphia)와 글로벌 프레딕션(Global Predictions)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해당 기업들은 독자적인 AI 기반 투자 전략을 사용한다고 허위 홍보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단순히 마케팅 차원의 과장을 넘어 자본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기만행위로 규정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위기감은 바이오업계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미국 AI 바이오 기업 앱시(Absci)는 2023년 기존 데이터 없이 AI만으로 항체를 디자인하는 제로샷(Zero-shot) 기술을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실제로는 기존 데이터를 참고한 것 아니냐는 실체 논란에 휘말렸다. 앱시는 제로샷 논란 이후 신규 플랫폼(Origin-1) 발표 등으로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처지에 놓였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일부 제약·바이오 벤처가 “AI 도입으로 신약 개발 기간을 5년 단축했다”고 공시하지만 전통적인 실험에만 의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비상장사의 경우 기술성평가 문턱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자사 핵심 알고리즘 없이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외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단순 활용하면서 이를 독자 기술로 포장하는 행위는 명백한 공시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AI업계 관계자는 “엑셀이나 워드를 쓴다고 IT 기업이라 부르지 않듯 챗GPT를 논문 요약이나 화합물 검색 보조로 쓰는 곳을 AI 바이오사로 분류하는 것은 투자자 기만”이라며 “적어도 신규 물질 설계나 단백질 구조 예측에 대한 독자적 학습 모델을 보유하고 특허를 낸 곳만 진짜 AI 바이오 타이틀을 붙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AI 워싱 기업의 투자 시장 진출을 틀어막겠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올해부터 강화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순히 ‘AI 서비스를 한다’는 설명만으로는 상장 예비심사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1월부터 AI 산업 심사를 대폭 강화해 핵심 알고리즘의 차별성,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 편향성 제거 기술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오픈 소스 모델을 단순 활용할 경우 기술평가에서 매우 낮은 등급을 받게 된다. 기술력 없는 무리한 상장 추진은 기업 평판 저하를 넘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 폐지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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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韓 AI 경쟁력 여전...루닛·신테카바이오 등 ‘진짜’가 뛴다
그럼에도 IT 기술에 기반한 국내 제약·바이오의 AI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수준이 높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글로벌 분석기관 딥놀리지그룹(DKG)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바이오헬스 AI 경쟁력은 세계 11위 수준으로 상위권에 위치한다.
옥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은 이미 실적으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루닛(328130)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통해 작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3년 연속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이이치산쿄,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을 통해 항암제 임상 시험의 동반 진단 파이프라인에 통합된 점은 빅테크가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는 루닛만의 방어막으로 평가받는다.
신테카바이오(226330) 역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5000대 이상의 CPU·GPU 클러스터를 수용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자체 구축하며 효율성 전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정종선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AI 신약 후보물질 발굴은 결국 대규모 스크리닝 역량과 실험 검증의 속도 싸움”이라며 “올해는 실적 측면에서도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는 엔비디아와 협력할 만큼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케미버스 플랫폼을 통해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라스모티닙’(PHI-101)의 임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글로벌 메닌 저해제와의 병용투여 시 시너지 효과를 확인하며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고 진짜 혁신 기업에 자금이 흐르게 하려면 투자자들의 안목도 높아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홍순재 바이오북 대표는 “AI 제약·바이오벤처 3대 스탠다드는 △외부 모델 의존 없이 독자적인 알고리즘으로 타깃을 발굴하는 원천 플랫폼 보유 여부 △AI 예측을 실제 실험으로 빠르게 피드백하는 실험 검증 체계 △글로벌 기술이전(L/O) 및 임상 진입을 통한 유효성 증명 등이 있다”며 “이밖에도 네이처, 사이언스를 비롯한 권위 있는 논문이나 ICLR, NeurIPS 등 글로벌 AI 학회에서 AI 모델을 검증받았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옥석을 가리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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