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처음 장한나의 첼로 연주를 들었을 때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깊고 압도적이며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휘자 장한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을 향한 열정이 대단한 것은 물론이고, 관객의 귀와 눈만 즐겁게 해주지 않고 마음까지 만질 수 있는 지휘자입니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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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와 미샤 마이스키가 오랜만에 한국에서 한 무대에 선다. 해외에선 지난 5월에도 지휘자와 연주자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지만, 국내에서 함께 공연하는 건 무려 11년 만이다. 두 사람은 디토 오케스트라와 함께 17일 전주(한국소리문화의전당)를 시작으로 19일 대전(대전예술의전당), 21일 경주(경주예술의전당), 그리고 23~24일 서울(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장한나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음악가를 한 무대에서 선보이기 때문이다. 1994년 첼리스트로서 화려한 데뷔를 알린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우승을 안겨준 드보르자크,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의 불을 지핀 베토벤,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길을 알려준 미샤 마이스키가 이번 공연과 함께한다.
“선생님은 제가 꼬마였을 때부터 진지하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연주자는 악보를 기반으로 음악을 해석하는 사람이고, 그 악보는 작곡가의 혼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셨죠. 같은 악보라도 오늘은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죠. 이런 것들을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됐어요. 무엇보다 지금도 악보 앞에서 한결같이 겸손한 선생님의 모습이 존경스럽고, 계속해서 배우게 됩니다.” (장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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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 마이스키는 10세 때부터 첼로를 가르친 장한나를 자신의 ‘유일한 제자’로 부를 정도로 깊은 애정을 가져왔다. 그러나 장한나는 2007년 정식 지휘자로 데뷔한 이후 지휘 활동에 더 매진하고 있다. 2017년부터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 오페라의 예술감독 겸 수석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 지휘자도 맡고 있다.
미샤 마이스키는 “장한나가 지휘 일정으로 바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첼리스트로서 슈베르트 현악 5중주를 같이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한나는 “팬데믹 기간 지휘 스케줄이 취소되면서 첼로를 다시 잡아봤지만 손가락이 예전 같지 않았다”고 웃으며 “제가 추구하는 음악에 맞는 연주가 나온다면 그때 첼로를 다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한나는 “중요한 건 음악 안에서 나를 찾고 내 안에서 음악을 찾는 것이며, 끝이 없는 이 여정에 충실히 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