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MBC에 의하면 국내 중견 철강 회사에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25일 전북 군산 금강 하구의 한 공터에 세운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가족들에 “자취방에 다녀온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긴 지 3일 만이었다.
A씨와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엔 그의 마지막 순간에 촬영한 25분가량의 영상이 있었으며,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유서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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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단체 사진에서 옷을 입고 모자를 거꾸로 쓴 반장급 B씨를 지목하면서 입사한 직후부터 그가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괴롭힘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A씨가 남긴 기록엔 “B씨가 입사한 2012년 4월 ‘문신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팬티만 입게 한 뒤 몸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수치심을 줬다. 찍히기 싫어서 이야기 못 했다. 한이 맺히고 가슴 아프다”며 “2016년 12월 10일 16시 30분경 복집에서 볼 뽀뽀, 17시 40분경 노래방 입구에서 볼 뽀뽀. 그렇게 행동하는 게 너무 싫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의 근무 부서는 작업 당시 소음이 심한 곳이었고, 청력 저하로 힘들어하던 A씨가 부서를 바꿔달라 해봤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A씨는 단체 사진에서 B씨와 마찬가지로 옷을 입고 있던 다른 선배 C씨에 대해선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났냐. 성기 좀 그만 만지고 머리 좀 때리지 마라.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썼다.
이 외에도 지난 6년간 당했던 일들을 세세하게 적은 A씨는 후배들에게 “쓰레기 같은 벌레 때문에 고통받지 말자”는 말을 전하며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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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있다”는 이유로 B씨는 정직 3개월, C씨는 정직 2개월에 그쳤다. 이들은 정직이 끝난 뒤 지금도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관리책임이 있는 제강팀장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특히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사실을 부인하던 B씨는 A씨의 장례식에서 부하들에게 “관짝에 들어가지 않으려면 잘하라”라고 모욕성 발언을 뱉기까지 했다.
C씨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 “말수가 적은 고인을 살갑게 대하려 한 것”이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지난해 1월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맞다고 인정해 유족들은 B씨와 C씨를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수사기관은 “오래전 일들이라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이들을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유족들은 최근 검찰에 재조사를 해달라며 항고장을 내고,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