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 동안 주기적으로 약사감시를 나와서 저희 수출 전반을 살폈어요. 문제가 있었다면 이때 지적을 해줬어야죠. 그때는 아무 말 없다가 왜 이제와서 허가취소 처분을 내리는지 모르겠어요.”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작년부터 식약처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톡스를 국내 판매한 혐의로 국내 보톡스 업체들에 잇따라 ‘허가취소’ 철퇴를 내리고 있어서다. 식약처가 이번에 지적한 ‘국내 도매업체를 활용한 수출’은 국내 보톡스 업계에서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시간의 차이일 뿐 허가취소를 받는 업체들이 계속 늘어날 게 자명한 배경이다.
허가취소 사태 출발점은 ‘국가출하승인을 수출용은 안받아도 되지만 내수용은 받아야한다’는 기준이다. 식약처는 보톡스 업체→국내 도매업체(과정), 보톡스 업체들은 국내 도매업체→해외(결과)에 각각 초점을 두면서 기준 해석이 달라졌다. 이후 식약처는 업체들이 국내 도매업체들이 판 보톡스가 수출됐다는 점이 증빙되지 않았다고, 업체들은 증빙했다고 각각 맞서는 상황이다. 워낙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탓에 섣불리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알기 어려운 진실게임 결과보다 취재 과정에서 관심이 간 건 ‘왜 이제서야 이게 지적될까’였다.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국내 도매업체를 활용한 해외 수출은 최근에서야 업계에 분 바람이 아니다. 하나같이 “정확한 시점까진 모르겠는데 10년은 넘었다”고 했다. 국내에서 처음 보톡스 수출을 한 회사는 메디톡스(2004년)다. 수출 역사가 짧지않다. 이처럼 오랜기간 업계가 활용한 수출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식약처에서 몰랐을 리 없다.
식약처가 업계에 시정을 요구한 방식에도 의문이 남는다. 식약처의 사소한 행정처분에도 직격탄을 맞는 보톡스 업계에게는 사려깊은 배려가 필요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저희 많은 거 안 바라요. 행정처분 전 계도기간이라도 줬으면 바로 고쳤을 겁니다.”(보톡스 업계 관계자)
형평성 차원에서 이번 사태는 식약처와 국내 보톡스 업체 간 갈등구도로 흘러갈 개연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신뢰도 저하, 불필요한 비용 등으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제약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업계간 씁쓸한 갈등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