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영업조직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어”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국내 완성차 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자동차 수출물량은 12만6589대로 작년 동월보다 4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3월에는 20만6677대를 수출해 전년 동기(20만8121대)보다 0.7% 주는데 그쳤으나 4월 들어 수출 감소세가 본격화됐다. 수출액 기준으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3% 감소했다. 그나마 수출물량에 대해 수출액 감소폭이 적은 것은 가격이 높은 SUV와 친환경차의 수출이 늘어나서다. 전기차 수출액은 3억9800만달러로 56.3% 증가했다.
우선 주요 수출국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봉쇄령을 내리면서 수출길 자체가 막힌 것이 수출량이 급감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외교부에 따르면 2일 기준으로 전 세계 186개 국가가 한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국가간 교역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있다.
또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4월 내내 국민들의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자동차 판매채널의 영업 활동이 중단된 것도 수출 감소의 주 원인이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지면서 영업조직이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문제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4.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유럽 주요 국가들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를 위해 지갑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부품 업계는 완성차업계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전체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49.6% 줄었고 이중 미국이 1억9000만달러, 유럽이 1억6000만달러로 각각 59.2%, 53.5% 감소했다. 중남미(59.1%)와 인도(50.2%) 역시 수출액이 절반 이하도 떨어졌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완성차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주요 자동차 생산국 제조사 13개의 공장 300곳 중 213곳(71%)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車부품기업 93.8% “유동성 애로 겪고 있다”
이같은 수출 감소세는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국내 공장의 가동중단으로 이어졌다.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생산을 계속하면 재고로 쌓이기 때문에 물량 조절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 울산 4공장 포터 생산라인은 지난달 27~29일 공장을 세웠고 기아차 소하리 1·2공장과 광주2공장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휴업한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쌍용차 역시 석가탄신일과 노동절,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 기간동안 공장을 멈춘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지난달 27일 96개 부품업체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감소한 기업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고 93.8%의 기업이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빨라도 상반기까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그나마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 등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미와 중동, 인도 등 신흥시장도 코로나19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자동차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국내 완성차기업들은 공장가동률을 조절하면서 사정이 나은 내수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4월 자동차 수입액은 9억45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1% 증가했다. 독일 등 유럽산 자동차 수입액이 60% 증가했고, 미국은 22.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