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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상규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망국적 정치현실을 바꾸거나 막아낼 힘이 제게 더 남아있지 않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처럼 정권과 특정 정파만을 위한 악법들이 날치기 강행처리되는 모습을 보며 법사위원장으로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여 의원은 지도부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당 지도부가 막아냈어야 한다”며 “말도 안되는 악법들이 날치기 통과되는 현장에서 한국당은 매우 무기력했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이런 판국에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당대표를 포함해서 한국당 전 국회의원들까지도 자리에 연연해선 안된다”고 했다. 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해선 “비대위 체제로 가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 지도부는 모든거 내려놔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자유진영이 단결해 빅텐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여 의원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게는 당연히 그런 비전이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그게 지도부인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당연히 (비전이)있을 것이라고 봤고 의원들에게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에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날치기 처리하는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그런 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여 의원은 “전 (패스트트랙 법안을) 몸으로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 지도부가 결단 내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당 지도부는 그걸 몸으로 막아내야 될 국회의원들에게 전혀 용기를 북돋아주지 못했다”며 “의원들은 국회 선진화법 (위반을) 걱정하고 있는데 내가 책임진다는 당 지도부는 한 명도 없었다. 당 지도부에 심한 불만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 의원은 또 “여당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선 자유주의 진영 통합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도부는 어떻게 추진하는지, 추진이나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지도부 책임론을 생각하고 있는 의원들이 당내에 있는지에 대해 “아마도 속으로 대부분 그렇다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이제 공천이 시작될 텐데 지도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의원은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금 현역 의원 50% 물갈이니 어쩌니 이런 위협적 발언만 하면 지도부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의원이 누가 있겠나”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