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무려 네 차례에 걸쳐 관세 관련 글을 트위터에 썼다. 아무리 트위터 마니아라 하더라도 이례적이다. 첫 트윗에 “무역전쟁을 하는 것이 좋다”며 ‘무역전쟁’을 공식화한 트럼프는 두 번째 트윗엔 “철강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역설했다. 세 번째 트윗에선 ‘상호호혜세’ 도입을 예고했다. 트럼프 시선으로 ‘불공정 대미흑자국’인 한국을 포함한 중국, 일본 등 주요무역 상대국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철강·알루미늄 수입제품 보복 관세 조치로 세계 각국은 물론 행정부와 여당인 공화당 내부는 물론 미국 내 석학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지만,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 진보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3일 뉴욕타임스(NYT)에 “보복관세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세계 전체 무역은 위축될 것이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더 가난해질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 아주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튿날인 3일에도 “EU가 미국 기업에 엄청나게 높은 관세와 장벽을 더 높이려 한다면 우리도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그들의 자동차에 세금을 적용할 것”이라며 트위터를 통해 유럽차 과세를 예고했다. 앞서 EU가 리바이스·할리데이비슨 등 상징적인 미국 브랜드에 세금폭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한 대응이다. 트럼프는 이번 주중 철강·알루미늄 수입제품에 각각 25·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한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수습책을 강조하며 “한국 등 동맹국들을 새 관세조치로부터 면제시켜주는 일”이라고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엔 트럼프가 ‘너무 나갔다’는 관측이 만만찮다.
우리로선 앞으로 지식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 발동에 이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까지 통상압박이 확대될 수 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애초 겨냥했던 최대 무역적자국인 중국이 아닌 한국 등 동맹국에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는 “미국의 통상압력 타깃은 중국이지만 지난해 한국에 대한 규제를 가장 많이 했고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한국에 조치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트럼프 보호무역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