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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 列傳]'애플·삼성·테슬라' 긴장시킨 中 혁신의 아이콘

김대웅 기자I 2016.08.07 15:00:53

'문어발' 러에코, 동영상 스트리밍에서 스마트TV·전기차까지
'中 엘론 머스크' 자웨팅의 新생태 비즈니스 구축 프로젝트
혁신성으로 승부.."BAT보다 잠재력 크다" 평가도

자웨팅 러에코 회장(사진=바이두).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판 넷플릭스‘ ’중국의 유튜브’ ‘대륙의 삼성전자’ ‘테슬라 킬러’….

이제 갓 열살이 넘은 중국기업 러에코(LeEco)에 대한 수식어는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다. 2004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러에코는 이 분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전기차 스마트TV 스마트폰 등 철저히 혁신이 강조되는 신흥산업 위주로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대형 TV제조사인 비지오(Vizio)를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세상을 놀래켰다.

이 중심에는 미래 인터넷ㆍ모바일 중심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자웨팅(賈躍亭ㆍ43) 러에코 회장이 있다. 그는 “다양한 신흥산업에서 인터넷과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생태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자 회장의 혁신 중심 경영방식에 주목하며 중국의 3대 IT공룡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보다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 “세계 TV시장 지형도 바꿀 것”..삼성TV 위협

북미 TV 시장의 2위 사업자인 비지오를 인수하며 러에코는 단숨에 세계 최대 프리미엄 TV 시장인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이에 전세계가 러에코에 대한 재조명에 나섰다. 중국판 넷플릭스에 중국판 삼성전자 모델을 결합한 러에코는 TV부터 스마트폰, 전기차, 인터넷 서비스 라인업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보유한 신흥 공룡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번 인수전에는 구글, 애플, 알리바바 등도 뛰어들었지만 러에코가 최종 승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에코는 비지오 인수를 통해 단순 TV 판매가 아니라 콘텐츠, IT, 인터넷,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하게 되면서 ‘인터넷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쟈 회장은 “러에코의 플랫폼과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콘텐츠라는 다섯가지 요소를 융합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는 이번 인수에 대해 “러에코가 세계 TV 시장 경쟁 지형도를 바꿀 것”이라며 “특히 한국 TV 브랜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시속 300km로 달리는 전기차 개발

자 회장은 이에 앞서 ‘전기차의 혁신’이라 불리는 테슬라를 위협할만한 새로운 컨셉의 전기차를 선보이며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높였다. 자 회장이 최대주주인 패러데이퓨처는 올해 초 세계최대 전자 전시회 ‘CES(소비자가전쇼) 2016’에서 ‘FF 제로1’을 전격 공개했다.

그동안 ‘테슬라의 대항마‘로 관심을 모았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던 패러데이퓨처가 야심작을 선보이면서 관심은 더욱 집중됐다. ‘FF 제로1’는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배트카’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외관에 최고 출력 1000마력, 최고 속도 시속 321㎞의 놀라운 주행 성능을 자랑했다.

패러데이퓨처가 선보인 전기스포츠카 ‘FF제로1’.
이는 전기차가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그간의 통념을 확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경쟁사인 테슬라의 전기차에서는 새해 첫날부터 화재가 발생하며 체면을 구겨 더욱 대비를 이뤘다.

러에코는 차세대 IT기기 분야에서도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자 회장은 최근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하며 “러에코의 신개념 스마트폰이 아이폰 이후의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아이폰에 대해 혁신이 고갈된 상태에서 높은 가격만 유지되고 있다며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따지면 러에코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압도적이라고 강조했다.

러에코는 또 가상현실(VR) 헤드셋 ‘LeVR COO1’과 전기자전거 ‘GENE’도 선보이며 기술력을 자랑했다. 러에코가 내놓은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에 달린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으면서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중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4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동량, 거리, 위치 등도 알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에코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중국의 넷플릭스라는 별명이 있지만 TV와 스마트폰 나아가 무인자동차 등의 연구개발 행보를 볼 때 오히려 구글과 더 비슷하다”며 “온라인 영상 콘텐츠나 스포츠 분야 등에 관해서는 애플과 더 비슷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 “자웨팅의 혁신, 중국기업 세계화의 시금석”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전 세계 대기업 중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갈 것이다.”

자 회장의 경영 철학은 한 마디로 혁신과 도전이다. 그는 인터넷과 문화를 융합해 새로운 생태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가 뚜렷하다.

자 회장의 넘치는 자신감의 배경에는 이미 그가 구축해 놓은 생태계 비지니스가 자리하고 있다. 10년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 창업해 스마트폰, TV, 전기차, 가상현실(VR) 등에 이르는 종합 IT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인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 산업의 지형도 역시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 회장은 “세계 경제 성장의 힘이 부족한 것은 혁신이 부족한 것”이라며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 내 제도와 조직의 혁신에서 비롯된 기술과 제품의 혁신이 사회 속에서 문화와 자본구조의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언론들도 자 회장의 이같은 혁신 시도에 주목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러에코에 대해 “중국 인터넷기업의 미국 진출과 세계화에 있어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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