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우스갯소리로 북한에는 ‘노동당과 장마당’의 2개의 당이 존재한다고 할 정도다. 장마당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연습장이며, 이제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분리할 수 없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통일연구센터)은 지난 4일 열린 ‘북한경제 변화와 남북경협 추진전략’ 세미나에서 “북한경제는 이미 시장화 진전과 개혁·개방을 향해 ‘호랑이 등에 올라 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경제는 △인민생활 향상과 과학기술 중시 △경공업 정상화 노력 △개혁·개방 확대 등 속도는 느리지만, 나름대로는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시장화 진전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과 의식 변화, 외화 선호 등을 확산 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위에서의 방관과 아래로부터의 생존적·자생적 변화’이기에 향후에도 불가피하고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에서 장마당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이 현재 40~50대로, 10~20대에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반)을 겪은 세대다. 이들은 사상이나 이념보다는 부의 축적에 더 많은 관심과 개인주의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변화와 요구를 강제로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홍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시장화 진전이 단기간 내에 북한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가정이나 북한 붕괴의 방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북한의 시장화 지원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과 의식 변화, 개혁·개방 확대 등을 통해 북한 경제 회생과 자생력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남북간 경제력 격차 해소 등의 중장기 목표를 두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북한은 현재 남북교역을 포함해 총 100억달러 규모의 무역국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북한을 ‘단순한 인도적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지하자원개발과 관광·컨벤션 사업을 육성을 통한 산업 자본 확충을 유도 △개성공단 확대와 북한 내륙지역에서의 남북 교역 확대 △북한의 자본가와 탈북 지식인들을 활용해 북한의 내수 자영업 활동과 시장화 지원 △북한의 산업·무역 인력 양성을 측면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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