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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 모르는 자금만 10.8조달러…연준 양적완화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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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우 기자I 2014.08.19 10:42:48

양적완화로 푼 돈 4조350억달러..약 11조달러는 부동자금
금융위기 트라우마가 투자심리 위축..글로벌경기 회복 둔화도 요인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시중에 통화를 풀어 실업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늘려 경기를 회복시키고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QE)라는 이름으로 뭉칫돈을 풀고 있지만, 이 자금이 기업 생산활동 등 실물경제로 흘러 들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한 트라우마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여전히 붙잡고 있는 탓이다.

◇금융위기發 경제침체 탈출 전략, QE

지난 2000년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시작된 닷컴 버블이 무너지자 미국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카드를 꺼내 들며 그해 5월부터 2003년 6월까지 6.5%였던 기준금리를 1%까지 떨어 뜨렸다.

초저금리로 이 기회에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렸고, 부동산 호황과 정부 지원에 모기지담보대출 기관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도 금리가 낮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2년 12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3.4%를 차지하고 있던 서브프라임모기지대출은 2006년 13.7%까지 늘어났다.

2004년 이후 연준이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면서 기준금리를 5.25%로 대폭 올리자 이자부담이 커진 저소득층 대출자들이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됐다. 결국 대출금 회수불능상태에 빠진 금융회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됐고 리먼브라더스 파산을 시작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이에 연준은 시중에 돈을 풀어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QE를 2009년 3월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1~3차에 걸쳐 지금까지 무려 4조350억달러(약 4조350억원)에 이르는 달러를 풀었다.

美 현금, 은행예금, 머니마켓펀드 규모 (출처=美마켓워치)
◇안전자산에 묶여 있는 양적완화

하지만 양적완화로 풀린 돈은 연준의 예상대로 생산활동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미 연준이 지난 6월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미국 금융계좌보고서에 따르면 10조8000억(약 1경993조3199억원)달러에 이르는 돈이 현금, 은행계좌, 머니마켓펀드(MMF)에 묶여 있다.

현금의 경우 유동성이 매우 뛰어난 자산이지만 금고에 쌓아 두기만 한다면 아무런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은행예금과 단기상품에 투자해 실적배당을 받는 MMF의 경우 법의 보호를 받아 함부로 투자를 할 수 없어 돈을 굴리기가 어려운 자산이다. 또 언제나 입출금이 가능해 장기적인 경제활동에 사용하기도 힘들다. 결국 경제활동에 활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돈이 10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이 법적으로 보유해야 할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중앙은행에 맡겨둔 예금인 초과 지급준비금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2012년 7월 1조6000억달러였던 초과 지급준비금은 올해 7월 2년만에 2조6000억달러로 1조달러가 증가했다. 그만큼 쌓아두기만 하고 굴리지 않고 있는 돈이 급증하고 있다는 말이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투자자들

그렇다면 왜 투자자들은 이런 현금, 은행예금, MMF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 금융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미국 국민들이 여전히 금융위기와 같은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악재에 불안해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과거의 트라우마에 적극적 투자활동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우려가 이런 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뚜렷한 해결책 없이 지지부진하게 장기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투자자들은 과감한 투자활동을 망설이며 안전한 곳으로 돈을 옮기고 있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연준 QE는 실패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과거와 같이 미래에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겠지만 금융위기 이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며 “금리 인하에 따라 채권수익률(채권이자)가 하락하면서 투자 수익이 떨어지고 있고 신흥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성장이 더뎌지고 있는 것도 또다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돈을 가진 사람들은 그 돈을 불리기보다는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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