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욱기자] 하이닉스반도체(000660)가 미국 오레건주 유진시에 위치한 200mm 생산라인의 가동중단을 결정했다.
이번 유진공장 가동중단은 이미 상당기간전부터 예상돼 왔지만 시기면에서는 다소 앞당겨진 측면도 없지 않다.
하이닉스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미국공장 가동중단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 시황의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진한 시장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돈을 벌지 못하는` 공장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웠다는 해석이다.
◇`예고된 가동중단`..경쟁력 떨어진 유진공장
하이닉스 유진공장은 지난 98년에 설립된 200mm 생산라인으로 현재 컨슈머 D램, 레거시 제품 등 비주력제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생산에 적용되고 있는 공정도 90나노급으로 다른 라인에 비해 효율이 낮다.
유진공장은 반도체업계, 특히 메모리업계의 주력 생산라인이 300mm로 이동하면서 경쟁력측면에서 계속 뒤쳐져 왔다. 하이닉스는 유진공장 외에 국내에 3개, 중국에 1개의 200mm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진공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효율이 낮은 상태였다.
이에따라 하이닉스는 이미 올해초부터 유진공장의 가동중단 여부를 놓고 고심해왔지만 최종결정은 계속 지연돼 왔다. 유진공장이 미국에 위치해 있는 만큼 단순한 시장원리로 접근하기 어려운 요인도 일부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진공장의 경우 생산이 계속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라는 점에서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부진함에 따라 비효율적인 생산라인의 구조조정에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요가 넘치고 공급이 부족한 호황기 보다는 불황기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생산 시설을 구조조정하는데 보다 적기라는 설명이다.
하이닉스 고위관계자는 "당초 유진공장의 경우 올해부터 준비에 들어가 내년정도에 가동을 멈춘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라며 "시장상황 등 여러요인들로 인해 결정을 앞당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mm 시대, 이미 저물었다`
하이닉스는 이미 200mm 웨이퍼 생산비중을 지난해말 약 50% 수준에서 올해말 약 35% 수준까지 감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지난해 중국 C1 공장의 매각이 결정됐고 국내에 있는 나머지 200mm 생산라인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타이밍의 산업`이라는 메모리산업 특성상 더이상 200mm 생산라인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300mm 생산라인으로의 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유진공장 가동중단도 경쟁력이 떨어져 버린 생산시설의 단계적인 정리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에 위치한 나머지 200mm 생산라인의 경우도 정리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일부 라인은 컨슈머 D램 및 비메모리 제품 생산, 파운드리 서비스 등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장비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유진공장에서 생산되던 제품도 앞으로는 국내 200mm라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하이닉스 `수익성 제고`..향후 처리방향 관심
어찌됐든 이번 유진공장 가동중단은 하이닉스의 수익성 제고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유진공장에서 생산되던 만성적자 제품의 생산과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이익구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유진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제품이 일정기간 재고로 남게 되면서 부담하고 있는 현금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다른 관심사는 가동중단 이후 유진공장의 활용방안이다. 하이닉스는 현재 다각적인 방안을 충분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재로선 기존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검토하거나, 장비·건물·토지를 포함한 공장 전체를 일괄매각하는 방안, 아니면 이를 각각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닉스 고위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론난 부분이 없다"며 "시간이 있는 만큼 충분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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