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A씨는 지난 2월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가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자 팔기로 했다.
하지만 중개업소 사장이 파는 것을 적극 말렸다. "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중개업소 사장이 계산해 준 양도세 금액을 보고 매도를 포기했다.
충청남도 천안시에 사는 B씨. 정부 규제가 더 강해지기 전에 보유한 주택 3채 가운데 1채를 팔기로 결심했지만 역시 인근 중개업소의 만류로 더 지켜보기로 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세금을 많이 거둬봐야 가격이 더 오르는데 걱정하지 말라"며 "세금이 부담되면 대신 내줄테니 나중에 이익을 보면 두배로 챙겨달라"고 요구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강남 분당 등 최근 집값이 급등한 데는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한 작전세력의 이른바 '씨말리기' 작업이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다. 씨말리기는 매물을 없애 가격을 높이는 편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가격상승에 부담을 느껴 매도세가 늘고 부동산 값이 하락조짐을 보일 때 작업꾼들(?)이 주로 활용한다. 잠재수요가 뒷받침되고 몇가지 호재가 내재된 지역에서는 효과가 크다. 중개업소가 직접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일부지역에서는 숨은 전주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인 K씨는 "강남권이나 충청권 일부지역에서는 `씨말리기`작업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올초 집값이 급등한 것이나 정부의 규제에도 급매물이 드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급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서 가격상승을 유도하는 편법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거래이기 때문에 정부가 특별히 손쓸 재간이 없다.
W건설업체 C씨는 "공급부족이 뻔한 데다 정부규제의 연속성이 의심받고 있는 강남지역은 서로간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 도와가면서 가격을 유지시키는 담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