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업계 첫 활용방안 검토 나서]
李정부 주4.5일제 대비 파트타임 채용
주말 상담 많은 자산관리·기업금융
검증된 경력직 투입해 맞춤 상담 진행
관건은 노조 합의…환경변화 등 검토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우리은행이 새 정부 공약인 주 4.5일제에 대비해 희망퇴직 인력을 재고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근로시간 감축과 오프라인 채널 축소라는 시대 변화에 맞춰 검증된 경력직을 십분 활용하는 차원이다. 은행권은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지난 2002년 7월, 타 업권에 비해 더 빨리 주 5일제를 도입한 전례가 있어 신속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도 인공지능(AI)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채널 전략을 재조정하는 등 근로시간 감축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
 |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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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 초부터 정진완 행장 지시로 희망퇴직 인력 활용을 위한 태스크포스(TFT)를 꾸리고 근로시간 감축 정책 대응방향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주 4.5일제 단계적 적용까지 염두에 두고 희망퇴직 재고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특히 프라이빗뱅커(PB), 기업금융 전문인력(RM)은 주말에 상담을 원하는 VIP 고객 수요가 꾸준히 있다”며 “평일 영업시간 이후 공휴일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인력을 보완할 필요성이 크다. 해당 분야 경력을 가진 희망퇴직자가 이 수요를 메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WM) 특화점포는 VIP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한 상담실을 갖추고 있다. 은행 영업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PB, RM로서 상담을 진행한 공간은 충분한 셈이다. 영업시간 외 근무 수요가 높은 부문도 은행 전산시스템이 크게 필요 없는 고객 맞춤 상담이 필요한 자산관리·기업금융 분야다. 은행으로서도 간단한 재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희망퇴직자는 경력을 살려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있다.
우리은행이 선제로 나선 것은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주 5일제를 도입할 때 은행권이 선두에 섰던 전례가 있어서다. 은행권 노사는 2002년 5월 같은 해 7월 1일부터 주 5일제를 적용키로 합의했다. 노사 간 의견 차이로 논의가 길어졌던 타 업권보다 빠른 속도로 합의를 이뤘다. 전국금융산업노조와 사측 모두 경비 절감, 근로시간 감축을 통한 생산성·효율성 증대에 뜻을 모았다. 단계적 주 4.5일제를 도입한다면 은행권이 첫 타자가 될 수 있다.
 | | 우리은행의 프라이빗 뱅킹 브랜드 투체어스W 도곡점(사진=우리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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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후로 은행들이 영업점을 급격하게 줄이며 희망퇴직을 확대한 영향도 있다. 최근 은행 희망퇴직 연령은 만 40세(1982년생)까지로 내려왔다. 하나은행은 인력구조 효율화 등을 위해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7일까지 하반기 특별퇴직을 신청받았다.
다만 은행들은 주 4.5일제 적용은 노사 합의가 필요한 데다 AI 활용 등 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 4.5일제 도입에 따른 인력 운용은 채용뿐 아니라 채널 전략, 인력 재배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업무 프로세스상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 4.5일제 도입은 정부 정책에 맞춰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재채용 인력 확대 등을 결정하기에는 시기상조다”며 “주 4.5일제와는 별도로 AI 기술 도입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