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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지난 2분기 순이익이 300억7000만달러(약 3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4억2000만달러·약 63조3000억원)보다 38% 줄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그나마 석유업계에서 아람코 실적은 선방한 편이다. 미국 엑손모빌·셰브론과 영국 쉘의 2분기 순익은 각각 55%(179억→79억달러), 48%(116억→60억달러), 56%(116억→50억7000만달러) 급락했다.
이처럼 석유업계가 2분기 일제히 쓴잔을 마신 이유는 유가가 지난해보다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았지만 연말 들어선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 6월 말 기준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4달러로 1년 전(114달러)보다 30% 넘게 떨어졌다.
석유업계는 하반기부터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86달러까지 오르는 등 유가가 회복되고 있어서다.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기조와 미국의 긴축 종료 등에 대한 전망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내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항공 부문 활황과 함께 세계 경제가 광범위하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유가 상승론에 힘을 실었다.
한편 아람코는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2분기 기본 배당금과 성과 연계 배당금으로 각각 195억달러(약 25조5000억원), 98억7000만달러(약 12조90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아람코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 정부의 재정 악화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면서 사우디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사우디가 원유 감산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유가를 올려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