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난항·결렬·양보까지…吳·安 단일화 최종 타결(종합)

박태진 기자I 2021.03.21 18:01:41

안철수·국민의힘, 기호 2번, 4번 놓고 줄다리기
맥주 회동 후 이달 9일부터 실무진 본격 협상
1차 데드라인 넘겨 삐끗…‘양보 배틀’로 물꼬 터
100% 무선에 적합도·경쟁력 반반…늦어도 24일 발표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야권 단일화에 최종 합의했다.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양측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1차 데드라인으로 정한 19일이 넘어가며 단일화가 결렬되는 듯 했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에 대해 ‘양보 배틀’을 벌이면서 여론조사 방식에도 뜻을 모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오세훈, 합당 제안으로 단일화 불 지펴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측의 단일화에 불을 지핀 쪽은 오 후보다. 오 후보는 지난 1월 8일 조건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오 후보는 안 후보에 합당을 제안함과 동시에 합당하지 않을시 본인이 불가피하게 보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마를 선언했던 안 후보 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이때부터 안 후보와 국민의힘 간의 야권 단일화 힘겨루기가 전면전으로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제3지대 단일화와 국민의힘 경선을 거친 후에도 두 후보 간 단일화는 순탄치 않았다. 이미 두 당 사이에서 후보 단일화 방식은 물론, 안 대표로 단일화될 경우 기호 4번이 아닌 2번으로의 출마 여부 등을 두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의당은 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주장했으며, 국민의힘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제시했다. 또 국민의힘은 야권 단일 후보는 누가 되든 기호 2번을 달아야 한다고 고수했으나, 국민의당은 기호 2번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오 후보가 앞서 제안했던 안 후보의 입당이나 합당을 제안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같은 당이 아니면 선거유세에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안 후보는 기호 3번인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2번을 찍던 4번을 찍던 1번 다음 순서라 상관없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단일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 협상에 대해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사진=노진환 기자)


◇ 진통 끝에 실무협상 12일 만에 매듭

두 후보의 단일화는 지난 7일 맥주회동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단일화 최종 시한은 후보 등록일인 18~19일로 정하고, 단일화 협상팀을 각각 3명씩으로 꾸려 공식 협상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다. 양측의 실무협상단은 지난 9일 여의도 국회 앞 정치카페인 ‘하우스’에서 첫 상견례를 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17~18일 여론조사 후 최종 후보 발표가 골자였다.

하지만 협상단이 여론조사 방식에 난항을 겪자 두 후보의 입도 거칠어지고, 합당을 놓고 다시 한번 실랑이를 벌이다가 서로가 약속했던 19일 전 단일화 협상은 무산됐다.

여론이 악화하자 두 후보는 19일 전격 양보의사를 서로 밝히며 다시 단일화에 물꼬를 텄다. 진통을 거듭하던 협상은 안 후보가 먼저 ‘유선전화 10%를 받겠다’고 하고, 10여분 뒤에 오 후보가 ‘무선전화 100%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후 급물살을 탔다. 그간 오 후보 측에선 유선전화 조사 방식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안 후보 측에선 100% 무선전화 방식을 고집해왔다. 두 사람의 양보 대결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여론 형성을 통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양측은 20일 실무협상을 재개했고, 21일 국회에서 9차 실무자협상단 회의를 통해 무선전화 100%에 경쟁력·적합도 조사를 50%씩 합산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자는 데 최종 합의했다. 지난 9일 첫 협상 이후 12일 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은 것이다.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협상단은 어제 큰 차원의 타결을 봤고 오늘 여론조사 방식과 시기, 문항에 대해서 원만하게 합의를 이뤘다”면서 “이제 모든 합의가 다 끝났고 여론조사는 실시 기관들의 준비 때문에 내일부터 실시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정양석(오른쪽)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 4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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