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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575만CGT(269척)로 전년 동기대비 58% 감소했다. 이는 2010년 이후 10년래 최저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상반기 기준 선박 발주량은 △2018년 1820만CGT △2019년 1379만CGT △2020년 575만CGT 등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6월 한 달간 발주량은 82만CGT(30척)로 전월에 비해 26% 늘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1% 수준에 불과하다. 전 세계 조선 시황 회복이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모습이다.
상반기 국내 조선업계는 총 118만CGT(37척)를 수주했다. 여전히 중국(351만CGT·145척)의 벽은 넘지 못했다. 일본은 57만CGT(36척)을 기록했다. 월별(6월) 수주량에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25만CGT(4척)으로 중국(46만CGT·16척)에 밀렸다. 다만 수주 금액으로 보면 국내 조선업계의 척당 수주단가가 1.6배나 높았다. 국내 조선업계의 올 상반기 누계 수주 금액은 30억 달러(37척), 중국은 69억 달러(145척)을 기록했다. 척당 수주단가로 따지면 국내 업계가 0.8억 달러로 중국(0.5억 달러)에 비해 경쟁력이 높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단가가 높은 LNG선 발주가 없었음에도 국내 조선업계가 부가가치가 높은 초대형 선박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선종별 수주를 살펴보면 A-Max급 유조선은 전년 동기대비 발주가 19%(47만CGT → 56만CGT) 증가했고 S-Max급 유조선은 42만CGT로 보합세를 보였다. 초대형 유조선(VLCC), 컨테이너선, 벌크선 및 대형 LNG선(14만㎥)의 발주량은 모두 감소했다. 6월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대비 2% 감소한 7077만CGT를 기록했다. 한국, 중국, 일본이 각각 2%, 1%, 8%씩 수주잔량이 줄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일본 574만CGT(38%↓) △중국 320만CGT(11%↓) △한국 173만CGT(8%↓) 등으로 감소폭이 더 컸다. 올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선박 인도량도 전년 동기대비 21% 감소한 1382만CGT를 기록했다.
조선업계 시황 회복이 계속 지연되는 상황이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올 하반기에 반전을 노리고 있다. 모잠비크와 러시아에서 대규모 LNG선 발주가 예정돼 있어서다. 특히 프랑스 토탈이 발주하는 모잠비크 LNG선 발주는 계약이 목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유력한 것으로 보이며 총 16척의 발주량 중 각각 8척씩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LNG선의 수주 단가가 1억8000만 달러 이상임을 감안하면 국내 조선업계가 가져올 금액도 30억 달러(약 3조6000억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식 발주는 이르면 이달 안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러시아에선 현지 국영에너지업체 노바텍이 당초 발주 계획이었던 15척의 쇄빙 LNG선 외에 추가로 10척을 더 발주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5척을 수주한 삼성중공업과 2015년 쇄빙 LNG선을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이 기대를 걸고 있다. 3분기엔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쇄빙 LNG선에서 경쟁력을 보여왔던 대우조선의 수주를 조심스레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상반기 시황이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하반기에 대규모 LNG선 발주가 이어진다면 다소 시황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 등이 겹치면서 상반기 조선 시황은 최악을 겪고 있다”며 “다만 하반기 대규모 LNG선 발주가 다시 이어진다면 이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다시 여러 지표에서 중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