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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산업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강세'에도…음식·숙박업종만 '한숨'

김형욱 기자I 2018.03.04 20:01:31

음식·숙박 생산자수 4개월째 하락
1월 산업생산지수 4.6% 올랐지만
임대료·인건비 오르고 가맹사 갑질에
음식·숙박 지수는 전년比 1.1% 줄어
지난해 생계형 자영업자 679만명
어두운 전망에도 3년 연속 증가세
부도확률 높아 ''경제 뇌관'' 될수도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연초 산업생산과 소비ㆍ투자가 동반 증가하는 ‘트리플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세 자영업종만 나 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고용·노후 불안정에 따른 ‘생계형 창업’은 늘고 있어 방치할 땐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올 1월 전 산업 생산지수는 전년보다 4.6% 늘었다. 전월보다도 1.2% 올랐다. 소비, 투자지수가 함께 오르며 2개월 만에 3개 산업지수가 동반상승(전월대비)했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내수도 회복 조짐을 보였다.

◇ ‘자영업 대표 업종’ 숙박·음식점 생산지수 4개월째 하락

문제는 영세 자영업자다. 자영업자 비중이 큰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나 홀로 감소했다. 전년보다 1.1% 줄었다. 4개월 연속 감소다. 지난 2016년 11월 이후 15개월 중 전년보다 상승한 건 단 두 번뿐일 만큼 최근 현황이 나쁘다. 연간으로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하락이 유력하다. 지난해 1~11월 기준 생산지수는 3.1% 내렸다. 2000년 집계 이후 최대폭으로 내렸다.

숙박·음식점업을 포함한 영세 자영업자 파급력은 절대로 적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근로자 2672만5000명 중 자영업자를 뜻하는 비임금근로자는 679만1000명이다. 전체의 4분의 1(25.4%)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자영업자 비중이 대부분 10%대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높은 수치다. 숙박·음식점업 종사자 144만8000명 중 상당수도 자영업자다. 이들의 붕괴는 곧 내수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이미 평균 소득(2016년 기준 월 137만원)과 평균 근속기간(1.3년)은 전체 업종 중 최저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3.1% 늘어나는 동안 숙박·음식점업 GDP는 0.8% 오르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자영업 3년 생존율도 2010년 40.4%에서 2015년 37.0%로 계속 줄고 있다.

전망도 좋다고 할 수 없다. 당장 높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가맹사의 ‘갑질’, 최저임금 인상 폭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라는 삼중고가 겹쳤다. 정부도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프랜차이즈 감시 강화, 임대료 인상 제한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영세한 업태 특성상 변화 대응능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청년 실업과 1인 가구 증가, 회식문화 간소화라는 근본적인 사회구조 변화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 불안정한 고용·노후에 생계형 창업…한국경제 ‘뇌관’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자영업으로 몰려들고 있다. 퇴직 시기가 빨라지고 노후 보장은 불충분한 탓에 ‘생계형 창업’이 잇따르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안정적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상용직 취업자 수(1342만8000명) 증가율은 2.8%로 15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임금근로자 수(679만1000명)는 3년째 늘었다. 이 숫자는 2002년 802만6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었으나 최근 3년 새 다시 늘고 있다. 고용원이 한 명도 없는 영세 자영업자 수도 407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2012년 이후 5년 만에 최대 폭 증가다.

음식·주점업 사업체 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2016년 67만5199개로 전년보다 1만8113개(2.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사업자 증가율(2016년 281만6664개·2.3%↑)을 웃돈다. 국내 사업체 중 4분의 1 남짓(24.0%)이 음식·주점업이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해 상반기 구조조정이 늘어난 여파로 제조업 내 상용직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진출했다”며 “주로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증가해 매달 10만 명씩 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대책 없인 이들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으리란 우려가 커진다. 올 1월 우리나라 4대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은 약 289조원으로 1년 전보다 28조원 늘었다. 올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경제 여건이 살아나지 않은 채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다면 자영업자의 부도 확률은 더 커진다.

김학조 상지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고용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퇴출 계층이 된 자영업자는 현재 생활고와 자식 교육 문제 등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임금근로자 전환을 비롯한 폐업 이후의 생활안정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 정책으로 당장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자치단체(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현장 중심의 지원책이 있어야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종사상 지워별 취업자 수. 자영업자와 그 가족을 뜻하는 비임금근로자가 3년째 늘고 있다. (수치=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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