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중소 철근가공업체들이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대한제강(084010) 등 주요 대형 제강사들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일삼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한국철근가공협동조합(이사장 이성진)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국내 3대 대형제강사의 공정위 제소 방침을 확정하고 서류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소는 대형 제강사들이 중소 영세업체의 고유 영역인 철근가공업에 무분별하게 진출한 것은 물론 갑의 지위를 남용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철근가공비를 지급, 업계를 고사 위기로 내몰았다는 이유다.
실제 업계 상황은 참담하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인건비는 200% 이상 상승했지만, 철근 가공비는 30~40% 감소한 것. 업체 난립과 저가수주도 원인이지만 지난 2007년 이후 대형 제강사들이 철근가공업에 뛰어들면서 업체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철근가공조합 관계자는 “현행 3만원 이하인 톤당 철근가공비를 최소한 4만5000원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라면서 “톤당 2만원대 안팎의 저가납품으로 적자가 누적,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만 철근가공업체는 지난해만도 10여 곳에 달한다. 남아 있는 50여개 업체 역시 대부분 한계상황”이라고 밝혔다.
철근가공조합은 또 동반성장위원회에 철근가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할 계획이다. 동반위가 철근가공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제강사의 철근가공업 진출 제한 또는 시장 철수 권고가 내려질 수 있다.
조합은 아울러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 및 제강사 본사 앞에서 철근가공비의 현실화를 촉구하는 집회도 계획 중이다. 대국민 여론전을 전개, 대형 제강사 및 건설사를 압박하겠다는 것.
지난해 비교적 신중론을 펴온 조합이 올초 강경책으로 선회한 것은 건설사 및 제강사와의 철근가공비 협상이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 조합은 지난해 9월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등 국내 7대 제강사과 1군 건설업체 20곳에 상생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협상에 나섰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제강사와 건설사는 조합의 요구에 대해 철근가공비 인상분을 서로가 부담해야 한다며 핑퐁게임 양상으로 책임을 떠넘겨왔다. 특히 제강사의 경우 톤당 철근가공비가 원가 이하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철근가공비의 인상 시점과 폭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협상은 시늉만 하고 지난 수개월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이성진 이사장은 “수많은 철근가공업체들이 생존의 문턱에서 허덕이고 있다”며 “단가 현실화는 돈을 더 벌자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생존만 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강사측은 조합의 공정위 제소 방침과 관련, “철근 가공비는 건설사와의 단가 협상과 연동된 문제라며 현재 건설사와 철근 가격 협상이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건설사와 철근 가격 협상이 지난해 9월 이후 결론나지 않은 상태로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라고 저가로 수주하고 싶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철근 단가를 건설사에서 올려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