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우리는 내일도 이 길을 따라 1F(후쿠시마 제1원전)에 찾아올 것이다”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내부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체험을 바탕으로 만화를 펴냈다.
지난 3일 출간된 일본의 만화주간지 모닝 44호는 ‘1F,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안내기’라는 제목의 만화를 실었다.
다쓰타 가즈토(龍田一人)라는 가명을 쓴 이 작업자는 일인칭 시점으로 후쿠시마 원전에서의 활동을 담당하게 그려냈다.
도쿄전력이 ‘작업자’라고 부르는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근로자 중에는 원전 근처에 살다가 피난 생활을 하면서 출퇴근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 작업자는 오염수 관리를 위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거나 연료봉 반출에 필요한 부대시설 건설 작업 등을 담당한다. 최근에 문제가 된 오염수 유출이나 실트 펜스(수중 차단막) 파손 등도 대부분 작업자가 발견했다.
만화 속의 다쓰타씨는 후쿠시마 출신이 아니지만, 수도권에서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자 호기심 반 의협심 반으로 후쿠시마 원전 작업자의 삶을 선택했다.
그는 마스크, 방호복, 오염 작업용 신발 등을 착용하고 복잡한 점검 절차를 거쳐 원전 부지 내로 들어가는 과정을 상세히 그렸다.
몸에 착용한 피폭선량계가 울릴 때마다 방사선관리원이 몇 번째 경보가 울렸는지 점검하고 4번째 울리면 원전 통제시설인 ‘면진 중요동’(免震重要棟)으로 돌아가야 하는 작업자의 일상을 현실감 있게 소개한다.
방사선량은 위험도를 표시하는 수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작업자에게는 연간 피폭량 한도가 이들이 원전에서 작업할 수 있는 남은 기간을 암시한다.
다쓰타씨는 “우리에게는 수입에 직결되는 성가신 문제”라고 작업자의 시선으로 방사선량의 의미를 재규정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하루 일을 마치고 원전 부지를 빠져나올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서두에 ‘후쿠시마의 진실을 파헤치는 작품이 아니라 작자의 눈으로 본 후쿠시마의 실상’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딱히 감춰진 문제를 폭로하는 작품은 아니다.
폐허가 된 거대한 원전 건물, 황량한 도로를 중간 중간 그려 후쿠시마 원전의 암울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다쓰타씨는 만화에서 대중매체가 후쿠시마의 진실이라고 보도하는 것이 간혹 과 장이고 “흔히 지옥과 같다고 말하는” 1F에서 작업자가 식사하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도 미디어가 잘 전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이 작품은 모닝이 주관하는 ‘제34회 만화 오픈’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