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도 고유가 걱정.."수요 줄면 어쩌나"

박기용 기자I 2011.04.19 10:21:59

"수입국 경제부담 상당..단기적으로도 이익 안돼"
"투기영향 15~20弗..日회복시 수요늘면 `시험대`"

[이데일리 박기용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요 석유 소비국 경기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19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120달러를 웃돌고 있는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주요 소비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장기적으로 이들 국가의 석유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OPEC 주요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7일 수요 감소로 인해 지난달 석유 생산량을 하루 80만배럴 이상 줄였다고 밝혔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일부 국가의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약한 수준이라며 고유가가 이들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나이미 장관은 최근 쿠웨이트에서 중동과 아시아 에너지 관료들과 만나 "많은 나라의 경기 회복이 여전히 고르지 못하며, 실업률도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흐마드 압둘라 알-사바 쿠웨이트 석유부 장관도 "이 정도로 가격이 높은 수준이면 석유 수입에만 의존하는 많은 나라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유가가 소비국의 수요를 억제할 만한 데다, 경제 성장에 영향을 줄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모하메드 알 함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에너지부 장관 역시 "120달러 수준의 유가가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훼손해 수요 붕괴를 가져온다면, 단기적으로도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브렌트유는 이달 초 배럴당 127달러를 웃돌며 2년 반만의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전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 등의 영향으로 121달러대로 급락하긴 했지만, 상승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OPEC은 올해 유가 상승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정 불안으로 초래된 공급 우려에다 투기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고 있다.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원유가격의 15~20달러가 투기세력에 의한 `위험부담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요 석유소비국을 대변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지난 2008년과 같은 경기 침체와 유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나카 노부오 IEA 사무총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일부에서 수요 감소 징후가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일종의 경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중순 브렌트유 가격은 150달러에 육박했었다.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멈춘 일본의 원유 수요도 향후 유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세계 3위의 석유 소비국으로 하루 420만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다나카 IEA 사무총장은 "일본이 조만간 대지진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석유 수요를 끌어올리는 경우 국제 석유시장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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