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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한국고덴시-나리지온, 알고보면 가까운 사이

허귀식 기자I 2000.09.01 22:39:51
코스닥 등록기업인 나리지온(옛 광전자반도체)이 상장사인 한국고덴시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나리지온이 한국고덴시를 인수했다" "코스닥기업이 상장사를 인수했다"며 흔치않은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 회사간 관계를 대충 들여다보면 이같은 풀이가 맞다. 그러나 좀더 시야를 넓히면 두 회사가 오래전부터 한집안 식구임이 확인된다. "고덴시"(こうでんし)라는 말이 나리지온의 옛 상호에 들어있는 "광전자"(光電子)의 일본식 발음이기도 하다. 물론 재무나 인사 측면에선 독립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고덴시와 나리지온의 주주를 더듬어보면 모두 일본에 귀화한 재일교포로 알려진 중도곽화(中嶋郭和, 61세)씨에 다다른다. 한국고덴시 지분 48%가량을 보유한 일본광전자공업연구소의 대주주는 중도곽화씨다. 그는 나리지온에도 27.55%를 갖고 있다. 나리지온의 또다른 대주주로 18.85%를 가진 고덴시인터내셔널은 중도곽화씨가 63.47%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결국 나리지온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65%이상의 지분을 보유해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 이번에 일본광전자공업연구소의 한국고덴시 지분을 나리지온이 인수한 것은 중도곽화→나리지온→한국고덴시광전자INT 등 지배구조를 더욱 확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 중도곽화씨는 자신이 45.66% 지분을 보유한 태화를 통해 상장사인 광전자(45.66%+개인지분 27.55%) 원광전자(30%+개인지분40%) 등 또다른 계열사들을 장악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중도곽화씨는 한국고덴시를 일본회사인 광전자공업연구소를 통해 지배하기보다 한국에 있는 나리지온을 통해 지배키로 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가 수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과정에서 한국의 재벌오너보다 상호출자에 덜 의존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가공자본에 의존하기보다는 개별적 투자를 통해 각사에 대한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50%이상 확보하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해외현지법인에 대해서도 그가 빠지지 않고 출자해 국내재벌오너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전북지역에서는 중도곽화씨를 중심으로 한 이들 기업에 대해 "광전자그룹"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인사 재무측면에서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고덴시와 나리지온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도 "별개로 움직이는 회사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나리지온의 한국고덴시 지분 취득은 사업적 연관성을 높이려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나리지온 관계자는 "이번 경영권 확보는 갈륨비소 광통신 부품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뤄 광통신 모듈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리지온은 지주회사 성격도 띤다. 한국고덴시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까지 산하에 거느릴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나리지온보다는 중도곽화→태화→광전자고덴시인터내셔널→나리지온에 이어 나리지온→한국고덴시광전자INT/태화오시엔 등으로 수직적 지배구조가 완성된다고 본다면 "지주회사"역할은 제한적이다. 중도곽화씨를 중심으로 한국고덴시 나리지온 태화 등으로 3분된 중간지주회사가 나리지온 태화로 양분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할 수 있다. 어쨌든 지배구조상 아무런 관계가 없던 회사간에 지분이 이동한 것이 아니라 개인대주주를 중심으로 그 밑의 회사들간에 지분이동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를 "인수" "경영권장악" 등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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