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이거 한 번 와서 봐주셔야겠는데요.”
가수 김수철(69)의 그림을 촬영하러 온 사진기자가 작업실을 둘러본 뒤, 미술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림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튿날 김수철의 집을 찾은 전문가는 3시간 넘게 꼼꼼히 작품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당초의 선입견을 거두고 “전시회를 열어보자”고 권했다. 30년 동안 이어져온 김수철의 그림 작업은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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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철은 “예술의전당 전시 심사를 통과해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면서 “몇 달간 마음을 졸였는데, 심사 통과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또 “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인정받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1977년 데뷔한 김수철은 ‘젊은 그대’를 비롯해 ‘못다 핀 꽃 한 송이’ 등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작은 체구와 대비되는 압도적인 음악적 존재감으로 오랜 기간 ‘작은 거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왔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은 없다. 다만 중학생 시절 전국 그림대회에서 입상을 할 정도로 그림에 소질이 있었고, 가수로 데뷔한 이후에도 음악 작업 외에 시간날 때마다 그림을 그려왔다. 그는 “작곡가로 인생의 방향을 정한 뒤에도 그림을 떠나본 적은 없다”며 “늘 곁에 두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김수철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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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주제인 ‘소리’와 ‘그림’은 어떤 의미인가.
△이번 전시는 ‘소리는 그림이고, 그림은 소리다’라는 나의 인생철학에서 출발했다. 자연과 우주, 일상과 관념의 소리를 캔버스라는 또 하나의 악보 위에 옮겼다. 음악을 단순히 시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리의 본질을 색과 선, 질감과 리듬으로 구현한 회화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전시는 어떤 기준으로 구성했나.
△이번 전시는 ‘시청각의 일체’, ‘가청과 비가청의 공존’, ‘우주적·존재론적 관점’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소리와 그림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전제로 삼았다. 귀로 들리는 소리뿐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소리까지 화폭에 담고 싶었다. 정해진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관객이 그림 앞에서 각자의 감각으로 느끼며 저마다의 의미를 만들어가길 바랐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색의 조화와 에너지, 그리고 나에게 들리는 소리다. 새싹이 트는 소리, 세상이 돌아가는 소리, 슬픈 소리, 지구촌의 소리까지 들려오는 모든 소리를 그림으로 옮겨왔다. 나에게 들리지 않는 소리는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특히 색감을 조화롭게 사용해 화면에서 에너지가 느껴지도록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그림을 본 사람들이 ‘그림에서 소리가 보인다’고 말해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작품 전반에 ‘블루’가 많은데 제목을 따로 붙이지 않은 이유는.
△푸른색을 가장 좋아한다. 예전 수묵화가 ‘먹’을 재료로 했다면, 내 수묵화의 색은 ‘블루’다. 자유로운 흐름에 따라 붓 터치를 한 그림에서도 블루가 많이 드러난다. 사실 그림에 설명을 길게 붙이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것까지가 내 몫이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관람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에는 따로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혼자서는 원, 투, 쓰리, 포라고 불렀던 그림들을 전시를 위해 비슷한 구성끼리 묶어 테마를 정했다.
-예술의전당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한가람미술관이 공사 중이어서 한가람디자인미술관으로 지원자가 몰리면서 경쟁이 치열했다고 들었다. 심사 통과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치 재벌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두 달 동안 제1·제2전시관을 모두 사용한다. 오롯이 내 작품으로 심사를 받고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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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더라(웃음).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음악에 빠져 가수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전까지는 그림을 좋아해 화가를 꿈 꿨다. 가끔 취미로 그린 게 아니라, ‘그림일기’를 쓰듯 꾸준히 계속 그려왔다. 처음엔 다들 ‘취미로 대충 그렸겠지’라는 생각으로 내 그림을 본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면 색감의 조화나 힘 있는 붓 터치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순수하고 맑다’는 평가를 들을 때도 있다. 보통 밑그림이나 사전 구상 없이 바로 그린다. 나만의 기법을 만들어 여러 방식으로 표현해왔고, 그 덕분에 같은 작품이 하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지루하지 않게 봐주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은 끝까지 하는 성격이라고 들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하루에 12시간은 기본이다. 몸이 피곤한 날도 10시간 정도는 붓을 놓지 않는다. 새벽 5시에 시작해 저녁 8시까지 계속 그린 적도 있다. 좋아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없다. 배가 고파도, 심심해도, 외로워도 좋아하는 일이라면 끝까지 해나가는 편이다.
-앞으로 또 전시를 열 계획이 있나?
△1000여 점 가운데 이제 10분의 1 정도를 세상에 보여준 셈이라 아쉬움은 있다. 다만 아직 첫 전시인 만큼 이후 계획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관람객들이 내 그림을 보고 즐거운 마음을 느끼거나, 조금이나마 힐링이 됐으면 한다. 목적을 두고 그린 그림이 아니기에, 관람객이 자신만의 소리를 발견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김수철은…
△1957년생 △광운대 통신공학과 학사 △국회개원 50주년 기념 기록영화 제작 자문위원 △한일 월드컵 문화전문위원 △국립국악원 자문위원 △인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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