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만한 흥미로운 판결을 내놨다. 하급심에서 승패가 엇갈리다 대법원에서 또다시 결과가 뒤집힐 만큼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있었던 사안이다. 단순히 누가 이겼느냐를 떠나, 법이 언제를 기준으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중요한 기준을 세워준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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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LH가 해지 통보를 하기 전에 이미 A씨가 분양권을 처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령상 부득이한 사유로 주택을 소유하게 되어도 통보받은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처분하면 구제받는 조항이 있는데, A씨는 통보도 받기 전에 스스로 처분했으니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2심(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취지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이므로, 임대차 기간 내내 무주택 요건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2심은 “임대차 기간 중 다른 주택을 소유하게 되었다면, 비록 이를 곧바로 처분했다 하더라도 취득 시점에 이미 입주자 요건을 상실한 것”으로 보았다. 또한 A씨의 분양권 취득은 상속이나 판결 같은 부득이한 사유가 아닌 자의적 매매였으므로 구제 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해 LH의 손을 들어주었다.
A씨는 집을 비워줘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다시 한번 판결을 뒤집었다(대법원 2024다284418).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분양권을 주택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규칙 개정 시점과 경과 규정이었다.
2018년 12월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분양권을 가진 경우도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 규칙의 부칙(경과규정)은 “이 규칙 시행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경과규정의 해석에 있어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즉, 이 경과규정은 규칙 시행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분양권을 가진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규칙 시행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A씨가 거주하는 임대주택은 이미 2006년에 계약이 체결된 곳으로, 2018년 개정 규칙이 시행되기 훨씬 이전에 입주자 모집이 이루어진 단지다. 따라서 A씨에게는 분양권도 주택으로 본다는 2018년 규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결국 개정 전 규정에 따를 때 분양권 소유 자체만으로는 즉각적인 계약 해지 사유인 주택 소유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분양권 소유를 유주택자로 간주하도록 규칙을 강화한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강화된 기준을 개정 이전에 입주하여 살고 있던 기존 임차인들에게까지 소급하여 적용해 주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LH와 같은 공공주택사업자는 행정 편의상 현행 규정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법원은 임대주택 공급 제도의 취지와 입주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주택이 언제 공급되었는가를 따져 적용 법령을 엄격히 구분했다.
국민임대주택 거주자라면 이번 판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만약 분양권 취득 등을 이유로 퇴거 통보를 받았다면, 자신이 거주하는 단지의 최초 입주자 모집 공고일이 언제인지, 그리고 적용되는 법령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